Technical Report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Mineral and Energy Resources Engineers. 28 February 2026. 183-189
https://doi.org/10.32390/ksmer.2026.63.1.183

ABSTRACT


MAIN

  • 서 론

  • 일본 전력시스템 개혁의 개요

  •   단계적 개혁과 기존 체제의 한계

  •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력시스템 개혁의 전환

  •   소매시장 자유화 이후 형성된 제도적 조건

  • 소매시장 자유화의 성과와 구조적 한계

  •   소매시장 경쟁의 형성과 한계

  •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의 요금 구조 변화

  •   전력 조달 구조의 비대칭성과 신전력사업자 이탈

  •   규제 거버넌스의 구조적 한계와 공정 경쟁 저해

  • 전력시스템 개혁 정부 검증과 정책적 시사점

  •   전력시스템 개혁에 대한 공식 검증의 성격

  •   공급 안정성 평가와 투자 유인 위축

  •   전기요금 결정 요인과 경쟁의 한계에 대한 재인식

  •   공정 경쟁과 규제 거버넌스의 강화 필요성

  • 결 론

서 론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경쟁 도입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유럽을 위시한 전력시장 자유화의 경험은, 도매 및 소매 부문에 대한 경쟁 도입이 전력산업을 전통적인 공공재 공급 체계에서 시장 메커니즘 기반의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중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임을 입증하였다. 이러한 기조는 산업 전반의 운영 방식과 규제 체계를 혁신하려는 정책적 시도와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자유화 논의는 대체로 수급 여건이 안정적이고 가격 변동이 완만한 평시의 성과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Joskow, 2008; Pollitt, 2012). 해외 전력시장 개혁 사례를 분석한 국내 선행연구들 역시 주로 경쟁 도입 초기 단계의 시장 구조 변화나 제도적 특징을 평시의 관점에서 고찰하는 데 주력하였다(Baek et al., 2023; Kim, 2021; Jung et al., 2020). 즉, 전기요금 수준이나 경쟁 활성화와 같은 지표들은 통상적인 시장 환경을 전제로 분석되어 왔으며, 외부 충격 발생 시 시장 구조와 규제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동태적 분석은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다.

연료 조달부터 발전, 계통 운영이 긴밀히 연계된 전력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외부 충격에 민감한 특성을 지닌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나 공급 제약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불완전한 경쟁 체제는 오히려 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키거나 공급 안정성을 훼손할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전력시장 자유화의 진정한 성과는 평시의 효율성 지표뿐만 아니라, 위기 국면에서 제도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충격을 흡수하는지를 함께 검토하여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규명하는 데 있어 일본은 최적의 분석 사례를 제공한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단계적 경쟁 도입을 추진해 왔으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전력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하였다. 소매시장 전면 자유화와 송배전 부문 법적 분리를 포함한 개혁을 완수한 직후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이라는 외부 충격을 경험하였고,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후 검증까지 이루어졌다. 즉, 일본은 전력시장 자유화가 위기 국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제도적으로 실증할 수 있는 조건을 완벽히 갖춘 사례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기존 선행연구와 차별화되는 학술적 기여를 갖는다. 첫째, 평시의 효율성 분석에 그쳤던 기존 연구와 달리, 2022년 에너지 위기를 스트레스 테스트로 활용하여 소매시장 자유화의 동태적 취약성을 실증적으로 규명하였다. 둘째, 2025년 발표된 일본 정부의 공식 검증 결과(METI, 2025)를 최초로 분석에 반영하여 논의의 시의성을 확보하였다. 셋째, 단순한 시장 구조 분석을 넘어 규제 거버넌스의 실패를 위기 대응의 구조적 요인으로 통합하여 고찰함으로써, 향후 전력시장 설계에 대한 입체적인 정책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 전력시스템 개혁의 개요

단계적 개혁과 기존 체제의 한계

일본의 전력산업은 오랜 기간 민간 전력회사가 해당 권역의 발전·송배전·소매를 일괄 수행하는 수직통합적 지역독점 체제를 유지해 왔다. 1990년대 이후 발전 및 소매 부문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경쟁 도입이 추진되었으나, 송배전망의 독점적 소유·운영과 지역 단위로 분절된 계통 구조는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이러한 전력시스템 개혁의 주요 흐름과 제도적 변화과정은 Table 1에 요약되어 있다.

Table 1.

Major milestones of electricity sector reform in Japan (EGC, 2018)

Phase of reform Year Key Contents
First reform 1995 Introduction of competition in the generation sector; introduction of bidding schemes for general electricity utilities; entry of independent power producers (IPPs) and specified electricity business
Second reform 1999 Partial liberalization of the retail market for extra-high-voltage consumers (≥2,000 kW); introduction of new power producers and suppliers (PPS); introduction of the wheeling system
Third reform 2003 Expansion of partial retail liberalization to high-voltage consumers (≥50 kW); establishment of the Japan Electric Power Exchange (JEPX)
Fourth reform 2008 Promotion of wholesale market transactions and regulatory easing; full retail liberalization originally scheduled from 2007 was postponed
Electricity system reform 2015
(Phase 1)
Establishment of the Organization for Cross-regional Coordination of Transmission Operators (OCCTO); establishment of the Electricity and Gas Market Surveillance Commission (EGC), later expanded to gas and heat markets (2016)
2016
(Phase 2)
Full liberalization of the generation and retail sectors; low-voltage consumers allowed to choose electricity suppliers
2020
(Phase 3)
Legal unbundling of the transmission and distribution sector to ensure grid neutrality; regulated tariff originally scheduled to be abolished in March 2020 remain in place

이와 같은 제도적 경직성 하에서 경쟁 메커니즘은 제한적으로만 작동하였다. 신규 사업자의 도매 및 소매 시장 진입은 법적으로 허용되었으나, 지역 간 전력 융통의 물리적 제약과 계통 운영의 폐쇄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유효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의 개혁은 경쟁을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경쟁이 시장 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구조적 토대를 마련하지는 못하였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력시스템 개혁의 전환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잠재되어 있던 구조적 한계를 현실의 위기로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대규모 발전 설비의 가동 중단 사태 속에서도 지역 간 전력 융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했던 경험은,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개별 사업자의 공급 능력을 넘어 국가 전체의 계통 운영 체계 효율성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이를 기점으로 일본은 전력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개혁의 기조를 대전환하였다. 광역계통운영기관(Organization for Cross-regional Coordination of Transmission Operators, OCCTO) 중심의 전 일본 지역에 대한 광역수급 조정 체계구축을 통해 지역 간 융통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소매시장 전면 자유화와 송배전 부문의 법적 분리를 단행하여 경쟁과 망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하고자 하였다.1) 이는 경쟁 촉진과 공급 안정이라는, 상충할 수 있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제도적으로 조화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소매시장 자유화 이후 형성된 제도적 조건

소매시장 전면 자유화 이후 일본의 전력시장은 기존 지역독점 전력회사의 소매 부문과 신전력사업자(Power Producer and Supplier, PPS)2)가 경쟁하는 다원적 구조로 재편되었다. 그러나 경쟁이 충분히 정착되지 않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급격한 요금 변동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존 전력회사의 요금은 경과조치요금(규제요금)으로 유지되었다. 이로써 일본 소매시장은 자유요금과 규제요금이 병존하는 이중적 구조를 갖게 되었으며, 이는 이후 전기요금의 변동성과 사업자의 가격 전략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제도적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한편, 송배전망은 법적 분리 이후에도 자연독점적 특성에 따라 지역 단위 독점 운영이 유지되었고, 망 이용요금(탁송요금)은 규제 대상이 되었다. 모든 소매사업자가 동일한 조건의 탁송요금을 부담하는 환경은 평시에는 공정한 경쟁의 기반이 되지만, 외부 충격 발생 시에는 전력 조달 구조의 차이에 따라 사업자 간 위험 노출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구조적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소매시장 자유화의 성과와 구조적 한계

소매시장 경쟁의 형성과 한계

소매시장 전면 자유화 이후 일본 전력시장은 기존 지역독점 전력회사의 소매 부문과 신전력사업자(PPS)가 경쟁하는 다원적 구조로 재편되었다. 경쟁 도입의 성과는 신전력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변화를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Fig. 1). 실제로 자유화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신전력사업자의 점유율은 꾸준히 확대되었으며, 이는 소매시장 개방이 제도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평시에는 일정 수준의 유효 경쟁을 창출하였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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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PPS share of all electricity sold (JEPIC, 2024).

그러나 이러한 경쟁 활성화는 도매시장이 안정적이라는 전제하에서만 유효하게 작동하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대다수 신전력사업자는 자체 발전설비 없이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조달하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이는 연료비와 도매가격이 안정적일 때에만 지속 가능한 모델이었다. 즉, 경쟁의 성과는 시장 구조 자체의 건전성보다는 우호적인 외부 환경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이는 외부 충격 발생 시 구조적 취약성으로 급변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었다.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의 요금 구조 변화

2022년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외부 충격(연료비 급등)에 대해 소매시장의 가격 결정 기제와 공급 안정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로 기능하였다. 물론, 연료비가 하락하거나 안정적인 시기(평시)에 자유요금제는 규제요금보다 탄력적으로 시장 가격을 반영하여 소비자에게 더 낮은 요금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자유화 초기, 다수의 신전력사업자는 이러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 연료비 급등과 이에 따른 도매전력가격의 상승이 본격화되자 상황은 반전되었다. 비용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소매요금에 전가되었으며, 그 결과 자유요금이 규제요금을 상회하는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였다(Fig.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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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Trends in regulated and deregulated electricity rates in Japan (METI, 2025).

이러한 가격 역전은 평시에 경쟁을 통해 형성되었던 자유요금의 가격 우위가 외부 충격 하에서는 유지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특히 규제요금에는 연료비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는 데 상한선이 설정되어 있어 인상폭이 제한된 반면, 이러한 안전장치가 없는 자유요금은 도매가격 상승에 그대로 노출되었다.3) 이로 인해 규제요금이 가격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자유요금 계약 소비자와의 체감 요금 격차는 확대되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규제요금과 자유요금이 병존하는 이중 가격 구조가 시장의 가격 신호를 왜곡하고, 결과적으로 참여자 간의 위험 비대칭성을 심화시킨 전형적인 시장 실패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전력 조달 구조의 비대칭성과 신전력사업자 이탈

에너지 위기의 충격은 신전력사업자에게 집중되었다. 자체 발전설비가 부족한 다수의 신전력사업자는 전력 조달의 상당 부분을 현물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도매가격 급등 시 비용 상승분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적 여력이 부재하였다. 반면, 수직통합 체제에서 확보한 기저발전원을 보유한 기존 지역독점 전력회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에 전력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력 조달 구조의 근본적인 비대칭성은 위기 시 사업자 간 위험 노출도의 격차를 극명하게 벌려 놓았다. 가격 변동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은 신전력사업자들은 수익성 악화로 소매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고, 이는 대규모 시장 이탈과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2024년 3월 기준 전체 706개 신전력사업자 중 32개사가 파산 및 폐업하였으며, 87개사는 시장 철수를, 69개사는 신규 계약 중단 조치를 단행하였다.4) 이는 전체 사업자의 약 26%가 정상적인 영업을 지속하지 못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소매시장 경쟁은 사업자 간의 효율성 경쟁이 아닌, 전력 조달 구조에 내재된 위험 배분 방식의 차이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형태로 왜곡되었다.

물론, 연료비 조정 상한(기준 연료비의 1.5배)이 존재함에 따라 기존 지역독점 전력회사(구 일반전기사업자) 역시 원가 이하의 전력 공급으로 인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재무적 손실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현물시장 의존도가 100%에 육박했던 신전력사업자와 달리, 이들은 장기 계약된 LNG 및 자체 기저발전원(원전, 석탄, 수력)을 통해 조달 비용의 상승 폭을 일정 부분 억제할 수 있었다. 또한, 막대한 자본력과 신용도를 바탕으로 적자 구간을 채권 발행 등으로 버텨낸 후, 정부 승인을 통해 규제요금의 기준 가격 자체를 인상하거나 상한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는 위기 시 사업자의 생존이 단순한 효율성이 아닌, 위험을 이연시킬 수 있는 자본력과 규제 협상력에 의해 결정되었음을 시사한다.

규제 거버넌스의 구조적 한계와 공정 경쟁 저해

일본 전력시장은 에너지 위기에 따른 경제적 취약성뿐만 아니라, 시장 설계 자체에 내재된 규제 거버넌스의 구조적 결함 또한 노출하였다. 이는 외부 충격인 에너지 위기와는 별개의 사안이나, 공정 경쟁 기반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취약점으로 드러났다. 최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가 적발한 대형 전력회사의 담합 행위5)와 일반송배전사업자의 경쟁사 고객 정보 무단 열람 사건6)이 대표적이다.

특히 고객 정보 유출 사태는 법적 분리 이후에도 수직통합 사업자 내부의 정보 차단벽(Firewall)이 물리적·시스템적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일반송배전사업자가 관리하는 탁송(Wheeling) 업무 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 관리가 미흡하여, 모회사인 소매 부문(구 일반전기사업자) 직원들이 별도의 제약 없이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를 통해 신전력사업자(PPS)로 계약을 변경한 고객의 전력 사용량이나 계약 정보를 상시적으로 열람하였고, 이를 자사의 영업 활동과 고객 탈환(Win-back) 전략에 부당하게 활용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송배전 부문의 법적 분리 조치만으로는 수직통합 사업자 내부의 이해 상충과 시장 지배력 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즉,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된 것은 단순한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공정 경쟁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규제 거버넌스의 총체적 작동 실패였다. 결국 시장 자유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분리뿐만 아니라, 데이터 접근 통제와 같은 미시적 차원의 규제 집행력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전력시스템 개혁 정부 검증과 정책적 시사점

전력시스템 개혁에 대한 공식 검증의 성격

일본 정부는 소매시장 전면 자유화와 송배전 부문 법적 분리 등 3단계 개혁이 완료된 이후, 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공식 검증을 실시하였다(METI, 2025). 이 검증은 단순한 미시적 지표의 나열을 넘어, 전력 공급의 안정성, 전기요금의 적정성, 경쟁 환경의 공정성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전력시스템의 작동 결과를 총체적으로 점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는 전력시장 개혁을 일회적 제도 도입으로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보정해야 할 정책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급 안정성 평가와 투자 유인 위축

정부 검증 결과, 광역계통운영기관(OCCTO) 중심의 수급 조정 체계가 구축됨에 따라 지역 간 전력 융통 기능은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었다. 반면, 정부 검증 보고서(METI, 2025)는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력시장의 투자 유인을 저해하는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되었음을 지적하였다. 동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평시에는 한계비용이 낮은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유입이 도매시장가격(SMP) 하락을 유도하여 기저발전원의 가동률과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이로 인해 발전사업자가 고정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설비 투자비 회수 부족 문제(Missing Money Problem)가 심화되었고, 이는 결국 신규 투자 위축과 노후 화력발전의 폐지를 가속화시켰다.

검증 결과는 이러한 투자 위축이 2022년 에너지 위기 시 공급 예비력 부족이라는 결과로 현실화되었음을 지적하며, 경쟁 시장 메커니즘(Energy-only Market)만으로는 외부 충격에 대응할 필수적인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견고한 자체 조달 기반을 확보한 구(舊)일반전기사업자와, 현물시장 의존도가 높은 신전력사업자 간의 대응 능력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발전 투자와 안정적인 조달 구조가 공급 안보의 핵심임을 재확인하였으며, 향후 전력시장 설계 시 경쟁 도입과 병행하여 용량시장 등 투자 유인을 보장할 별도의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수적임을 역설한다.

전기요금 결정 요인과 경쟁의 한계에 대한 재인식

일본 정부는 소매시장 자유화가 전기요금 수준을 결정하는 유일한 정책적 수단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검증 보고서는 국제 연료비, 전원 믹스, 재생에너지 부과금 등 통제 불가능한 외생적 요인이 요금 변동을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 위기와 같은 거시적 충격 상황에서는 경쟁을 통한 가격 억제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이었음을 공식화하였다.

이러한 평가는 자유요금과 규제요금이 병존하는 현행 요금 구조가 위기 시 왜곡된 가격 신호를 제공하고, 사업자 간 위험 분담의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점을 제도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요금의 안정성은 경쟁 촉진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으며, 합리적인 요금 규제 체계와 도매시장 가격 변동을 완충할 수 있는 보완 장치의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정 경쟁과 규제 거버넌스의 강화 필요성

정부 검증 과정에서는 공정 경쟁을 담보할 규제 거버넌스의 실패 또한 핵심 쟁점으로 다루어졌다. 법적 분리 이후에도 발생한 대형 전력회사의 담합과 고객 정보 무단 열람 사례는, 단순한 구조적 분리만으로는 수직통합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실증하였다.

이는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제도적 설계를 넘어, 이를 감시하고 교정할 규제기관의 실질적인 권한과 집행력이 담보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소매시장 자유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의 자율성뿐만 아니라, 모니터링 체계와 불공정 행위 규제가 필수적이라는 점이 이번 검증을 통해 명확히 확인되었다.

결 론

일본의 소매시장 자유화는 경쟁 도입을 통해 전력산업의 운영 메커니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나, 그 성과는 전력 조달 여건과 가격 환경이 안정적이라는 평시의 조건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같은 강력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자, 소매시장 경쟁은 가격 안정이나 공급의 지속성을 자동적으로 담보하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전력 조달 구조에 내재되어 있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전력 조달 구조의 격차는 위기 국면에서 사업자 간 위험 노출의 비대칭성을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는 소매시장 경쟁의 성패가 단순히 경쟁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경쟁이 작동하는 제도적 토대와 위험 분담 구조의 건전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아울러 자유요금과 규제요금이 병존하는 이중적 구조가 위기 시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점은, 향후 제도 설계 시 도매와 소매 차원에서의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도매시장 차원에서는 외부 충격에 따른 가격 급등을 완충할 수 있는 선물시장 활성화나 가격 위험 헤지(hedge) 수단의 제도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소매시장 차원에서는 도매가격 변동분을 소매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가격 전가 메커니즘(Pass-through Mechanism)과 규제요금 상한의 현실화가 필수적이다.

또한, 최근 밝혀진 대형 전력회사의 담합 및 정보 부당 활용 사례는 법적 분리 조치만으로는 공정한 경쟁 환경이 저절로 확보되지 않음을 방증한다. 이는 경쟁 시장의 성과가 물리적인 시장 구조뿐만 아니라, 이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규제할 수 있는 규제 거버넌스의 실효성에 의해 좌우됨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경험은 전력시장 구조개편을 모색하는 국가들에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소매시장 자유화는 그 자체가 최종 목표가 될 수 없으며, 위기 상황에서도 회복탄력성을 갖춘 전력 조달 구조, 합리적인 요금 규제 체계, 그리고 강력한 규제 거버넌스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그 정책적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향후의 논의는 경쟁 도입의 당위성에 매몰되기보다, 경쟁이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일본의 경험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전력시장 구조개편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국내 전력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본 연구는 향후 우리나라에 소매 경쟁을 도입할 경우, 단순한 진입규제 완화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신규 진입자가 현물시장에만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자체 발전설비 건설, 전력구매계약(PPA), 선물시장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력을 조달하고 가격 위험을 헤지(hedge)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한전과 같은 수직통합 사업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규제 거버넌스의 실질적인 독립성과 정보 차단벽의 엄격한 운영이 공정 경쟁의 필수 전제 조건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Notes

[2] 2) 2016년 소매 전면 자유화 이후 법적 명칭은 ‘소매전기사업자’로 통합되었으나, 기존 일반전기사업자(대형 전력회사)와 신규 진입자를 구분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PPS 혹은 신전력(新電力)사업자라는 용어가 통용된다.

[3] 3) 일본의 규제요금은 연료비 조정제도를 통해 연료비 변동분을 요금에 반영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준 연료가격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상한을 두고 있다. 반면 자유요금은 이러한 상한 의무가 없어 도매가격 상승분이 즉각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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