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EU 배터리 규정
배경
구성
목적(제2조) 및 주요 용어 정의(제3조)
적용 대상(제1조)
사업자의 주요 의무: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물질 사용에 대한 제한(제6조)
탄소발자국 신고 의무(제7조)
재활용원료 사용 의무(제8조)
라벨링 및 표시 의무(제13조)
배터리 실사 의무(제47조~제52조)
폐배터리의 관리 의무(제54조~제76조)
디지털 배터리 여권(제77조)
의무 위반 시 처벌(제79조 및 제93조)
대응 현황: 한국의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방안
서 론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전환이 필수적이다. 운송부문 탈탄소화 노력이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 전기차(Electric Vehicle, EV)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수요 증가는 자연스럽게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었다.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은 안정적인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하고 순환경제를 촉진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배터리는 미래 산업의 기반이자 그린 에너지전환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간주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구성 물질인 리튬, 코발트, 망간, 니켈 및 흑연은 첨단산업에 필수적이지만 특정 소수 국가에 편재되어 있어 공급 리스크가 존재하여 많은 국가에서 핵심원자재 또는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있다(MOTIE, 2023). 우리나라,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미국, 중국 등은 안정적인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재사용, 재이용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EU는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인한 배터리 수요 증가와 같은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친환경 에너지전환, 디지털 전환, 그리고 순환경제 등 EU 목표를 달성하고, 배터리의 사회 및 환경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터리 규정을 마련하였다(EU, 2023/1542). EU 배터리 규정은 배터리 전주기 모든 단계에 걸쳐 환경 및 사회적 책임과 안전성에 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EU 기업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EU에 수출하는 한국과 같은 역외 기업에도 적용된다. 즉 EU 배터리 규정은 배터리의 EU 생산 또는 수입 여부와 무관하게 EU에 출시되는 모든 배터리에 적용된다.
본 논문에서는 EU 배터리 규정의 입법 배경, 구성, 목적과 주요 용어의 정의, 적용 대상,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와 폐배터리에 대한 사업자의 주요 의무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사업자의 주요 의무는 물질 사용에 대한 제한, 탄소발자국 신고, 라벨링 및 표시, 배터리 실사, 폐배터리 수거 강화 및 재활용 원료사용 의무화, 디지털 배터리 여권 제도 도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EU 배터리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사용후 배터리 산업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을 살펴보았다. EU 배터리 규정 연구를 통해 EU 시장에 전기차 배터리를 수출하는 한국 배터리 기업이 EU 배터리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전략을 준비하고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배터리 법 및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EU 배터리 규정
배경
EU 배터리 규정(EU Battery Regulation, 2023/1542)은 기존 배터리 및 축전지지침(EU Directive 2006/66/EC, EU 배터리지침)을 대체하며, EU 시장에 출시되는 배터리의 원료 확보 및 가공, 제조, 유통 및 폐배터리 재활용에 이르는 배터리의 전주기를 규율한다(Fig. 1). EU 배터리 규정은 순환경제 촉진 및 지속가능성, 친환경성, 안전성을 강화하여 EU 친환경 배터리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탄소중립 달성을 그 목표로 한다.
EU 배터리 규정은 앞서 나온 유럽 배터리 동맹(European Battery Alliance),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신순환경제 액션플랜(New Circular Economy Action Plan),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 배터리 전략 실행계획(Strategic Action Plan on Batteries) 등에서 제시된 정책목표를 반영하고 있다. Fig. 2는 2006년 배터리지침에서부터 배터리 규정이 나오기까지 연도별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EU 배터리지침은 배터리 및 폐배터리를 규제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배터리의 환경적 성능을 개선하고 배터리의 중금속 함량 및 표시에 관한 규칙과 생산자책임재활용(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제도에 따른 폐배터리 수거 및 관리에 대한 의무를 정립하였다(Directive 2006/66/EC). 하지만 EU 배터리 지침은 폐배터리 수거 관리에 관한 EU 회원국들의 법적 의무나 구체적인 폐배터리 재활용 목표가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전기차 증가에 따른 배터리 수요 및 사용 증가, 신기술, 시장의 변화 및 사회·환경적 영향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되어 EU 녹색전환 및 디지털 전환 정책에 부합할 수 있는 새로운 입법 마련에 대한 요구가 커져 EU 배터리 규정이 채택되었다(EU Battery Regulation, 2023/1542).
유럽 그린딜은 유럽의 성장전략이자 지속가능한 경제를 이루기 위한 유럽의 로드맵으로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없는 기후중립을 달성하고, 경제성장이 자원사용과 탈동조화(디커플링)되는 자원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공정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2050 기후중립 목표에 맞추어, 기후변화, 클린에너지, 순환경제, 에너지자원 효율적인 건물, 지속가능하고 스마트한 교통, 생물다양성, 친환경적 식량, 화학안전 등 전 분야에 걸친 전환을 목표로 한다. 특히 청정 순환경제 산업 목표에서 전자제품 여권 및 재활용 의무를 강화하여 2차 원료시장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원자재 확보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배터리 전략 실행계획을 이행하고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의 배터리 공급을 포함하여 모든 배터리에 대해 안전하고 순환적이며 지속가능한 배터리 가치사슬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 마련을 예고하였다(EC, 2019).
신순환경제 액션플랜은 유럽 그린딜의 세부 이행 조치로서 순환경제를 도모하고 지속가능한 자원 사용을 촉진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액션플랜에서는 지속가능한 제품정책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고 전자기기 및 정보통신기술, 배터리 및 자동차, 포장, 플라스틱, 섬유, 건축 및 건물, 식품 및 물 등 주요 제품의 가치 사슬에 적용하여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고자 한다. 즉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를 강조하고, 소비자에게 제품에 관한 비용 절감 기회를 제공하여 순환경제로의 참여를 강화하며, 제품 제조과정에서의 순환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및 자동차 가치사슬 분야에서 새로운 배터리 규정을 예고하였으며 고가의 원료 회수를 보장하고 소비자에게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재활용 내용에 대한 규칙과 모든 배터리의 수거율 및 재활용률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 비충전식 배터리의 단계적 퇴출, 배터리 제조의 탄소발자국, 배터리 원료의 윤리적 조달 및 공급 안보를 고려하고 재사용, 재이용, 재활용을 촉진하는 지속가능하고 투명한 요건에 관해 명시하였다(EC, 2020).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그린딜과 신순환경제 액션플랜에 따라 2020년 12월에 배터리 생산부터 폐배터리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관한 포괄적 규제를 담은 배터리 법안을 발표하였고 여러 차례의 협상 끝에 2023년 8월 17일 EU 배터리 규정이 발효되었다. 일부 조항은 2024년 2월 18일부터 적용되었으며 배터리 관련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들은 배터리 유형별로 적용 시점이 다를 수 있으므로 배터리 관련 사업자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탄소발자국 산출식 및 등급설정, 배터리 여권, 라벨링 등은 2024년과 2028년 사이에 위임법령(Delegated Acts)이나 시행법령(Implementing Acts) 등의 위임입법을 통해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기존의 EU 배터리지침은 회원국이 별도로 국내법을 제정하여 적절한 국내 이행이 필요했음에 반해 이번에 제정된 새로운 EU 배터리 규정은 일반적인 강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EU 회원국에 직접 적용되어 국내법 이행이 필요하지 않다(Lee and Cha, 2023).
EU는 그린딜 산업계획의 일부로서 EU 차원의 기후변화대응과 청정에너지 산업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소중립산업법과 핵심원자재법을 마련하였다. 핵심원자재법은 핵심원자재 34개와 핵심원자재 중 16개를 전략원자재로 선정하였고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구성 물질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은 전략원자재로 지정되었다. 전략원자재의 역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2030년까지 EU 연간 소비량 대비 채굴 최소 10%, 정제·가공 최소 40%, 재활용 최소 25% 역내에서 조달해야 한다. 또한 제3국에서 생산된 전략원자재 수입 비율을 역내 전체 소비량 대비 최소 65% 미만으로 감축해야 한다(EU Critical Raw Materials Act, 2024/1252; KOTRA, 2023; Kim, 2023; Lee and Cha, 2023). 탄소중립산업법은 배터리를 전략적 탄소중립기술(태양광 및 태양열, 해상 및 육상풍력, 배터리/저장, 히트펌프 및 지열 에너지, 전해조 및 연료전지, 지속가능한 바이오가스 및 바이오메탄, 탄소 포집 및 저장, 그리드 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였고, 전략적 탄소중립기술에 대해 EU 역내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탄소중립 기술 제조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규제 간소화, 투자 촉진,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을 담고 있다(EU Net-Zero Industry Act, 2024/1735).
구성
기존 EU 배터리 지침이 총 30조로 구성되어 있음에 반해 EU 배터리 규정은 총 14장 96조, 부속서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논문은 EU 배터리 규정의 총 14장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사업자(Economic operator: 제조사, 수입업자, 대리인, 유통업자, 주문처리 사업자)의 주요 의무 사항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사업자의 주요 의무에는 탄소발자국 신고 의무, 새 배터리의 재활용원료 사용 의무, 디지털 배터리 여권 및 라벨링을 통한 소비자 정보 제공 의무,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에서 환경 및 사회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사 의무, 폐배터리 관리 의무 등이 포함된다.
Table 1은 EU 배터리 규정에 나타난 사업자의 주요 의무를 요약한 표다. 제1장은 일반규정으로 구성되어 주제 및 적용 대상, 목적, 정의, 배터리의 지속가능성, 안전, 라벨 표시 및 정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제2장은 수은, 카드뮴, 납 등의 물질 사용의 제한, 탄소발자국 신고, 새 배터리 재활용원료 사용, 배터리의 성능 및 내구성 등 지속가능성 및 안전에 관한 요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3장은 배터리의 라벨 표시 의무 및 정보 제공 요건에 대해, 제4장은 배터리의 적합성 절차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제6장은 사업자에 해당하는 제조사, 수입업자, 대리인, 유통업자, 주문처리 사업자의 구체적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제7장은 사업자의 배터리 실사 의무에 대해, 제8장은 폐배터리 수거, 회수, 처리 등 관리 의무에 대해, 제9장은 디지털 배터리 여권에 대해 각각 규정하고 있다.
Table 1.
목적(제2조) 및 주요 용어 정의(제3조)
EU 배터리 규정은 배터리 및 폐배터리(waste batteries)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방하고 줄이면서 역내 시장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강화하여 환경과 인간 건강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즉 EU 배터리 규정은 배터리와 폐배터리의 친환경성과 안전성을 강조한다.
EU 배터리 규정 제3조 50항은 폐배터리를 EU 폐기물지침 2008/98/EC 제3조 1항에 정의된 폐기물에 해당하는 배터리로 정의한다. EU 배터리 규정의 제3조 1항은 배터리란 화학에너지를 직접 변환하여 생성된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장치로서 배터리 셀, 모듈 또는 팩으로 구성되며 재사용을 위한 준비, 재이용을 위한 준비, 재이용 또는 재제조를 거친 배터리가 포함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배터리는 EU에서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되거나 서비스에 투입된 후에 재사용, 재이용, 재제조, 재사용을 위한 준비 또는 재이용을 위한 준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동 규정의 서문에서 설명하고 있다. EU 폐기물지침 제3조 1항에서 폐기물은 소유자가 버리거나 버릴 의도가 있거나 버리도록 요구받는 물질 또는 물건(any substance or object which the holder discards or intends or is required to discard)으로 정의한다(Directive 2008/98/EC). 즉 물질 또는 물건 소유자의 폐기 의사와 잠재적 환경 영향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폐기물을 이해할 수 있다.
EU 배터리 규정은 재이용(repurposing), 재제조(remanufacturing), 재이용을 위한 준비(preparation for repurposing), 재활용을 위한 준비(preparation for recycling) 등 주요 용어에 관해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재사용(reuse), 재사용을 위한 준비(preparation for reuse), 재활용(recycling), 또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scheme) 등에 대한 정의는 기존 EU 폐기물지침의 정의를 준용하여 일관성 있게 적용하도록 분명하게 규정함으로써 용어를 통일하고 있다.
Table 2는 EU 배터리 규정과 폐기물지침에 정의된 주요 용어들을 정리한 표다. 재사용은 폐기물이 아닌 제품이나 부품이 원래 의도된 동일한 목적으로 다시 사용되는 모든 작업을 의미한다. 재사용 준비는 폐기물이 된 제품이나 제품의 부품이 별도의 전처리 없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검사, 청소 또는 수리하는 회수 작업을 의미한다.
Table 2.
Key Terms | Definitions | Reference |
Reuse |
Any operation by which products or components that are not waste are used again for the same purpose for which they were conceived. |
Article 3(13) of Directive 2008/98/EC |
Preparation for reuse |
Checking, cleaning or repairing recovery operations, by which products or components of products that have become waste are prepared so that they can be re-used without any other pre-processing. |
Article 3(16) of Directive 2008/98/EC |
Remanufacture |
Any technical operation on a used battery that includes the disassembly and evaluation of all its battery cells and modules and the use of a certain number of battery cells and modules that are new, used or recovered from waste, or other battery components, to restore the battery capacity to at least 90% of the original rated capacity, and where the state of health of all individual battery cells does not differ more than 3% between cells, and results in the battery being used for the same purpose or application as the one for which the battery was originally designed. |
Article 3(32) of Regulation (EU) 2023/1542 |
Repurposing |
Any operation that results in a battery, that is not a waste battery, or parts thereof being used for a purpose or application other than that for which the battery was originally designed. |
Article 3(31) of Regulation (EU) 2023/1542 |
Preparation for repurposing |
Any operation, by which a waste battery, or parts thereof, is prepared so that it can be used for a different purpose or application than that for which it was originally designed. |
Article 3(30) of Regulation (EU) 2023/1542 |
Recycling |
Any recovery operation by which waste materials are reprocessed into products, materials or substances whether for the original or other purposes. |
Article 3(17) of Directive 2008/98/EC |
Preparation for recycling |
The treatment of waste batteries prior to any recycling process, including, inter alia, the storage, handling and dismantling of battery packs or the separation of fractions that are not part of the battery itself. |
Article 3(54) of Regulation (EU) 2023/1542 |
재이용이란 폐배터리가 아닌 배터리 또는 그러한 배터리의 부품을 배터리가 본래 설계된 목적이나 용도가 아닌 다른 목적이나 용도로 사용하는 작업을 말한다. 재이용을 위한 준비란 폐배터리 또는 폐배터리의 부품을 본래 설계된 목적이나 용도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작업을 말한다.
재제조란 셀, 모듈 및 팩을 포함하는 배터리가 일차 사용하고 폐기된 것을 대상으로 본래 용량의 90% 이상의 성능으로 복원하는 것을 말하며 이를 위해 모듈 및 팩 내 손상된 부분을 교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렇게 재제조된 배터리를 본래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고(재사용)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재이용).
EU 배터리 규정 서문 17항은 재제조가 배터리나 폐배터리에 대해 시행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 작업이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고(used) 배터리와 관련하여 재제조의 목적은 배터리의 본래 성능을 복원하여 재사용하는 것이다. 즉 재제조는 배터리의 셀 및 모듈의 분해·평가와 일정량의 셀 및 모듈의 교체가 수반되는 극단적인 재사용 사례로 볼 수 있다. 폐배터리와 관련하여 재제조는 재사용을 위한 준비 또는 재이용을 위한 준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재제조는 재사용과 재이용을 포함하는 작업이다.
재활용이란 폐기물을 원래 또는 다른 용도로 제품, 재료 또는 물질로 재처리하는 모든 회수 작업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유기물의 재처리가 포함되지만, 에너지 회수 또는 연료로 사용되거나 뒤채움 작업에 사용될 재료로의 재처리는 포함되지 않는다. 재활용을 위한 준비는 배터리 팩의 보관, 취급 및 해체 또는 배터리 자체의 일부가 아닌 각 물질의 분리를 포함하여 재활용 공정에 앞서 폐배터리를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적용 대상(제1조)
EU 배터리 규정은 EU 시장에 출시되는 휴대용(portable) 배터리, 시동, 조명 및 점화 배터리(Starting, lighting, and ignition batteries, SLI 배터리), 전기자전거 등 경량 운송수단 배터리(Light means of transport batteries, LMT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 산업용 배터리 등 모든 종류의 배터리에 적용된다. 다만, 회원국의 필수 안보 이익, 무기, 군수품 및 전쟁 물자 보호와 관련된 장비, 우주 발사 장비, 원자력 시설의 안전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장비에 장착하기 위해 고안된 배터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배터리 유형별로 서로 다른 의무와 시행 기한이 적용되므로 관련 배터리 사업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사업자(economic operator)란 배터리의 제조, 재사용을 위한 준비, 재이용을 위한 준비, 재이용 또는 재제조, 온라인 시장 등 배터리의 시장공급 또는 출시, 이 규정에 따라 배터리의 서비스 투입과 관련하여 의무를 부담하는 제조사, 대리인, 수입업자, 유통업자 또는 주문처리 사업자 또는 그 밖의 자연인이나 법인을 의미한다. 생산자(producer)란 제조사, 수입업자 또는 유통업자나 그 밖의 자연인이나 법인을 말하며 제조사(manufacturer)는 배터리를 제조하거나 배터리를 설계 또는 제조하여 해당 배터리를 자신의 이름이나 상표로 판매하거나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서비스에 투입하는 자연인이나 법인을 말한다.
사업자의 주요 의무: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Table 3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자의 주요 의무별로 적용 시기를 정리한 표다. 대부분의 의무들은 특정일 또는 위임법률을 채택하는 시점 중 최근 일자로 시행일을 적용한다.
Table 3.
물질 사용에 대한 제한(제6조)
EU 배터리 규정은 EU 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Regulation (EC) No 1907/2006) 부속서 XVII와 폐자동차 처리지침(Directive 2000/53/EC) 제4조(2)항(a)목의 금지물질에 더해서, 인간 건강이나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물질을 제한하고 있으며 EU 시장에 유통되는 배터리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 모든 배터리에 대해 자체 중량을 기준으로 0.0005% 이상의 수은, 이동식 배터리에 대해 0.002% 이상의 카드뮴 및 0.01% 이상의 납 사용을 금지한다. EU 집행위원회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배터리에 존재하거나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우려 물질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탄소발자국 신고 의무(제7조)
EU는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신고를 의무화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탄소배출 제품의 경우 역내시장 판매를 제한할 예정이다. 탄소발자국이란 제품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온실가스 제거량의 합계를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표시한 것을 의미하며 제품 환경발자국(Product Environmental Footprint, PEF)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제조 공장별 배터리 제품 모델별로 제조사, 배터리 모델, 배터리 제조시설 지리적 위치, 제품 탄소발자국 총량 및 수명 주기별 탄소발자국, 제품 적합성 평가서, 제품 탄소발자국 신고 내용이 확인 가능한 웹사이트 정보를 포함하는 탄소발자국 선언서를 작성해야 한다. 탄소발자국 선언서는 2025년 2월 18일 또는 위임법률 또는 이행법률 시행일로부터 12개월 후 적용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위임법률을 통해 탄소발자국 산출식, 탄소발자국 성능 등급, 최대 탄소배출 기준 등을 마련하고 탄소발자국 선언서에 대한 이행법령을 채택할 예정이다.
재활용원료 사용 의무(제8조)
EU 배터리 규정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원료 사용에 관한 보고 및 최소 재활용원료 사용률을 규정한다. 활성물질에 코발트, 납, 리튬 또는 니켈이 함유된 전기차 배터리는 2028년 8월 18일부터 또는 관련 위임법률이 발효된 후 24개월부터 배터리 제조 폐기물이나 소비 후 폐기물에서 회수된 코발트, 납, 리튬 또는 니켈 사용량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문서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2031년부터 새 배터리에 최소 재활용원료 사용 비율을 코발트 16%, 리튬 6%, 납 85%, 니켈 6% 등으로 의무화하였으며, 2036년부터 코발트 26%, 리튬 12%, 납 85%, 니켈 15% 등으로 비율이 더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라벨링 및 표시 의무(제13조)
모든 배터리에는 부속서 VI에 명시된 일반정보가 포함된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일반정보에는 제조사, 배터리 모델, 제조사 지리적 위치, 제조년월, 무게, 용량, 화학적 성질, 수은, 카드뮴, 납을 제외한 유해물질, 사용가능한 소화약제(extinguishing agent), 배터리에 존재하는 핵심광물 중 중량 대비 0.1% 농도 이상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모든 배터리에는 분리수거 기호와 QR코드를 라벨에 표시해야 한다. 라벨과 QR코드는 눈에 잘 띄고 읽기 쉽고 지워지지 않도록 프린트해야 한다. QR코드에 의무적으로 내장되어야 하는 정보는 배터리 종류별로 다르며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QR코드에 배터리 여권을 제공해야 한다.
배터리 실사 의무(제47조~제52조)
EU 배터리 규정 제3조 42항에 따르면 배터리 실사란 공급망에 속한 공급업자들과 그들의 자회사 또는 하청업자를 포함하여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 및 2차 원료의 조달, 가공 및 거래와 관련하여 사회 및 환경에 대한 실제 및 잠재적 위험을 식별, 예방 및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리체계, 위험관리, 제3자 검증 및 피통지기관의 감시 및 정보 공개와 관련된 사업자의 의무를 말한다. 배터리 실사 의무는 이전 회계연도 순매출액이 4천만 유로 미만이고, 연결 기준으로 4천만 유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모회사 및 자회사로 구성된 그룹에 속하는 사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2025년 8월 18일부터 시행된다.
사업자는 부속서 X에 열거된 배터리 원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 화합물과 같은 원자재의 투명한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부속서 2항에서 정한 환경 및 사회적 위험 범주를 기준으로 위험을 식별하고 예방하며 해결해야 한다. 환경 위험 범주에는 환경, 기후 및 인간 건강에 대한 직·간접 및 누적적 위험을 포함하며, 특히 대기 오염, 온실가스 배출, 수질 오염, 해양 환경 및 물 접근, 토양 오염, 생물다양성 손상 등을 포함한다. 사회 위험 범주에는 인권 및 노동권 위험을 포함하며, 특히 작업장에서의 산업 안전 및 건강, 아동 노동, 강제 노동, 차별, 노동조합 자유, 원주민을 포함하여 공동체 생활을 포함한다. 실사 의무 이행 및 유지 현황은 제3자 인증기관을 통해 주기적으로 검증받아야 하며 제3자 검증보고서를 포함한 실사정책에 관한 정보는 배터리 출시 후 10년간 보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업자는 부속서 4항의 국제 기준에 따라 내부 실사 정책 및 위험 관리 전략을 개발하고 구현해야 한다. 국제 기준에는 세계 인권 선언 및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ILO 다국적 기업과 사회적 정책에 관한 삼자선언, 기업책임경영을 위한 OECD 기업실사지침, 분쟁 및 고위험 지역 광물의 책임 있는 공급망을 위한 OECD 실사지침을 들 수 있다. 이미 EU는 다양한 공급망 실사 제도를 채택하여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준을 기업에 적용하고 있다. EU 지속가능성 실사지침(EU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 산림벌채규정(EU Deforestation Regulation, EUDR), EU 지속가능성 보고지침(EU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 강제노동금지규정(EU Forced Labor Regulation), EU 분쟁광물규정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폐배터리의 관리 의무(제54조~제76조)
재활용 원료 사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폐배터리 수거 및 재활용원료 회수가 매우 중요하다. 2025년 8월 18일부터 EU 시장에 처음으로 출시되는 EV 배터리는 생산자책임재활용(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즉 생산자는 EPR 의무를 생산자책임기구(Producer Responsibility Organization)에 위탁할 수 있으며, 생산자책임기구는 다수의 생산자를 대신하여 EPR 의무를 공동 이행할 수 있다. EU 회원국에 등록된 생산자 및 생산자책임기구는 EU 회원국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 수거, 인프라 구축, 회수 운송 및 처리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
EU 배터리 규정은 EPR 의무를 EU 폐기물지침 제8조 및 제8a조를 준수하여 이행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EU 폐기물지침에 따르면, 생산자책임재활용 계획이란 제품의 생산자가 제품 생애주기 중 폐기물 단계에서 그 관리에 대한 재정 및 조직적 책임을 지도록 회원국이 취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EPR 제도는 이해관계자들(제품 생산자, 생산자책임의무를 대행하는 조직, 사기업 또는 공공 폐기물 운영자, 지방 정부, 재사용 및 재사용을 준비하는 사업자, 사회 경제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의, 최소한의 폐기물 관리 목표를 설정, 폐기물 수거 및 처리에 관한 데이터 수집, 모든 생산자들에게 동등한 대우와 비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 법률은 제품의 생산자나 이를 대행하는 생산자책임기구가 폐기물 수거 및 관리 의무를 이행하는지, 폐기물 수거 시스템이나 재정적 수단을 제공하는지, 그리고 독립적인 감사를 통해 의무를 이행하는지 등을 보장하는 조치를 EU 회원국에게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Directive 2008/98/EC, Lee and Cha, 2019).
EU 배터리 규정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생산자 또는 생산자책임기구는 배터리를 무상으로 회수하여 분리수거할 의무를 지며 폐배터리 회수 및 수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휴대용 배터리나 LMT 배터리는 최소 수거율 목표 의무가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수거율 목표가 부재한다. EU 배터리 규정은 배터리 사업자뿐만 아니라 유통업자, 최종사용자, 처리시설 사업자, 공공 폐기물 관리당국 등의 기타 참여자에게도 다양한 배터리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업자에게는 재활용 효율성 목표와 원료 회수 목표에 대한 의무를 부속서 XII에 제시하고 있다(Table 4).
Table 4.
디지털 배터리 여권(제77조)
2027년 2월 18일부터 EU 시장에 출시되거나 서비스에 투입되는 전기차 배터리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을 보유해야 한다. 디지털 배터리 여권은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전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배터리의 안전성을 극대화하고, 책임 있는 재사용 및 재활용을 보장하기 위해서 도입된다. 배터리 여권은 해당 배터리를 시장에 출시하는 사업자의 고유식별 코드와 연동하여 QR코드를 통해 접속할 수 있어야 하며, 일반 대중, 피통지기관, 시장 감시 당국, 유럽 집행위원회,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연인이나 법인을 구분하여 접근 권한을 제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반 대중에게는 부속서 VI에 포함된 배터리 일반정보(제조사, 배터리 분류 및 식별, 배터리 제조시설의 지리적 위치, 제조연월, 무게, 용량, 화학적 성질, 유해물질 포함 여부, 사용가능한 소화약제, 배터리 중량 0.1% 이상의 핵심원자재 포함 여부 등), 배터리 물질, 탄소발자국, 공급망 실사, 배터리 재활용원료 사용, 배터리 성능 및 내구성 정보 등을 포함해야 한다.
의무 위반 시 처벌(제79조 및 제93조)
EU 회원국은 EU 시장에 출시되거나 유통되는 배터리에 대해 배터리 사업자가 의무(위험한 배터리, 형식 미준수, 실사 의무 미준수 등)를 불이행할 경우 해당 배터리의 시장 출시 및 유통 제한, 금지, 리콜, 철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2025년 8월 18일까지 EU 회원국은 EU 배터리 규정의 위반에 적용되는 처벌(penalties)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대응 현황: 한국의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방안
본 논문에서는 EU 배터리 규정의 입법 배경, 구성, 목적과 주요 용어의 정의, 적용 대상,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자의 주요 의무(물질에 대한 제한 사항, 탄소발자국 신고, 라벨 및 표시, 배터리 실사, 폐배터리 관리, 디지털 배터리 여권 등)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EU 배터리 규정은 배터리의 지속가능성과 안전성을 강조하는 매우 엄격한 규정으로서 EU 배터리 사업자뿐만 아니라 EU에 배터리를 수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에도 적용된다. 이미 일부 조항은 2024년 2월 18일부터 적용되었고 탄소발자국 신고, 공급망 실사, EPR 의무 등은 2025년 중에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주요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는 배터리 사업자에게는 매우 강력한 통상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EU는 강화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규제를 법제화하여 기업에 환경 및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고 엄격한 기준을 EU 기업뿐만 아니라 EU에 수출하는 제3국 기업에도 적용하고 있다. 배터리와 전기차 강국인 우리나라는 EU 배터리 규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2024년 7월 10일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용후 배터리 산업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 이하 사용후 배터리 방안」을 발표하였다(Korean Government, 2024).
사용후 배터리 방안의 목적은 관련 법·제도·인프라 구축을 통한 체계적 관리기반을 마련하여 신산업 육성 및 EU 배터리 규정이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등 주요국의 통상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사용후 배터리 시장조성 및 안전관리 등을 위해 사용후 배터리 산업육성을 위한 통합법 제정을 예고한다. 이 통합법안(가칭: 사용후 배터리 산업육성 및 공급망 안정화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용후 배터리 등 주요 용어를 정의, 전기차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 도입, 재제조·재사용 제품의 유통 전 안전검사 및 사후 검사를 의무화, 재생원료 인증,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사항을 포함할 예정이다.
사용후 배터리 방안은 폐배터리 대신 사용후 배터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용후 배터리를 전기차 등 배터리의 사용이 종료되어 재제조·재사용·재활용의 대상이 되는 배터리로 정의하고 있다. 재제조는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의 부속품을 교체·수리하여 전기차 배터리로 재조립, 재사용은 사용후 배터리의 부속품을 교체·수리하여 ESS 등 기타 용도로 재조립, 재활용은 사용후 배터리를 파·분쇄하여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유가금속 추출로 정의하고 있다.
사용후 배터리 방안에서 제시하는 재사용의 정의는 EU 배터리 규정의 재이용 정의와 유사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배터리 재활용, 재사용, 재이용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용어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부재한다. 사용후 배터리 방안에서 제시한 재사용 정의는 원래 의도된 동일한 목적으로 다시 사용되는 재사용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재이용을 구분하지 않아 용어에 대한 혼동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관련법 전반에 걸쳐 재사용, 재이용, 재제조, 재활용 등 주요 용어에 대한 명확하고 통일된 정의가 필요하다. 2024년 1월부터 시행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제23조에 따른 「순환자원 지정고시제도」에 의하면 전기자동차 폐배터리는 순환자원으로 지정되어 재사용(단순 수리·수선, 건조 및 세척을 통해 본래의 용도로 재사용 또는 본래와 다른 용도로 재사용)에 한해 폐기물로 간주하지 않고 폐기물 규제에서 면제된다. 환경부 고시 역시 재사용을 2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지만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혼동을 주고 있다.
사용후 배터리 방안에서 제안하고 있는 재생원료 인증은 EU 배터리 규정의 재활용원료 사용 의무화에 대응하고 핵심원자재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서이다. 재생원료 인증을 통한 배터리 재활용 역량 강화는 배터리 원료 공급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배터리 원자재에 대한 높은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배터리 원자재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 매우 필요한 제도임이 분명하다. 2030년을 전후로 사용후 배터리가 약 10만개 이상 배출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현재 내수 시장에서 사용후 배터리를 확보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 당분간은 배터리 제조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EU 재활용원료 사용 의무를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EU 배터리 실사 및 배터리 여권 등에 대응하고 배터리 공급망 관리 및 시장 거래 등에 활용하기 위해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배터리 제조에서부터 전기차 운행·폐차, 사용후 배터리 거래 및 유통, 그리고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등 배터리 전주기 정보를 관리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EU 배터리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EU에 배터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고, 공급망내 리스크를 식별, 평가 및 완화할 수 있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공급망 실사 정책을 마련하고, EPR 의무에 대응해야 한다. 기존에 연성규범으로 존재하던 UN 및 OECD 국제기구의 비구속적 지침들이 EU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법률로 제정됨에 따라 ESG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기업 내부 공급망 리스크 관리 규정을 마련하여 강화된 ESG 규제에 대응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차전지 업종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3) 산정 안내서를 발간하는 등 탄소발자국 산정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재활용 원료 사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일관적인 사용후 배터리 회수 및 수거가 매우 중요하므로 사용후 배터리에 대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EPR 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용후 배터리 방안에서 제안하고 있는 사용후 배터리 통합법은 사용후 배터리 산업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그 의의가 있으리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후 배터리 법·제도·인프라 구축 등으로 그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배터리 전주기에 걸친 포괄적인 대응 방안을 담기에는 그 한계가 존재한다. EU 배터리 규정이나 미국 IRA가 우리나라 전기차·배터리 산업과 배터리 수출 기업에게 통상 규제나 무역 장벽으로 작용될 수 있지만 잠재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능동적이고 적절한 대응은 우리나라 배터리 및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