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연구방법
미생물 분리 및 동정
적색, 녹색, 청색 파장 조건에서 미생물 배양
31세대 후 pH 변화와 구리 주입에 따른 미생물 생장 비교
결과 및 해석
미생물 분리 및 동정
세대별 미생물 활성도
pH 조건에 따른 미생물 생장 차이 비교
구리 주입에 따른 미생물 생장 차이 비교
결 론
서 론
진화(evolution)는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생물집단의 유전자 변이가 축적되어 집단 전체의 특성이 변화하고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미생물은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에 여러 세대에 걸쳐서 일어나는 미생물의 진화 과정을 용이하게 관찰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대장균의 한 세대는 약 20분이므로 1시간 안에 3세대에 걸친 대장균의 진화를 관찰할 수 있다(Lee, 2013). 미생물 진화와 관련하여 Barrick et al.(2009)은 4만 세대 동안 배양한 대장균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긴 기간에 걸친 대장균의 진화 경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으며, Atsumi et al.(2010)은 45번의 계대배양에 의한 진화로 아이소부탄올에 대한 내성이 향상된 대장균을 분리하였다.
빛은 미생물의 생장에 중요한 환경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외선(UV) 중 230~260 nm의 파장은 미생물의 DNA와 RNA를 손상시켜 증식에 영향을 미치며 미생물을 불활성화 시키기 때문에 물과 공기 등에서 미생물 살균에 이용되고 있다(US EPA, 2006). 그러나 인체가 UV에 노출되면 염증 등 눈과 피부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Young, 2006), 국내에서는 식품이나 의학 등의 분야에서 적색, 녹색, 청색 등 다양한 가시광선 파장을 이용한 미생물의 살균효과에 관한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가시광선 중 적색파장은 대략 625~750 nm, 녹색파장은 500~565 nm, 청색파장은 450~485 nm에 해당한다. Do and Bang(2013)은 461 nm의 청색 LED를 이용하여 3가지 유형의 병원성 미생물인 Escherichia coli, Staphylococcus aureus, Vibrio parahaemolyticus의 살균효과를 밝혔으며, Moon et al.(2013)은 식중독균인 E. coli, S. aureus, Listeria monocytogenes를 대상으로 적색, 녹색, 청색 및 녹색과 청색의 혼합광 LED 광원의 살균효과를 측정하였다. 저온 조건에서 적색, 녹색, 청색의 LED를 이용해 pH 7.2, 4.0, 3.5의 환경에서 E. coli와 S. aureus의 살균 효과를 측정한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Do et al., 2015). Kim et al.(2013)은 적색, 녹색, 청색 파장에서 세 가지의 병원성 박테리아(Porphyromonas gingivalis, E. coli, S. aureus)의 살균효과를 평가하였으며 이때 세 종류의 파장에서 박테리아 종류에 따라 다른 살균효과를 보였다.
가시광선 파장을 이용한 미생물의 살균효과를 평가하는 연구 외에도 미생물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도 보고된 바 있다. Govarthanan et al.(2019)과 Al-Ansari(2022)는 청색, 녹색, 적색, 황색, 백색의 다양한 광원이 광합성 박테리아인 Rhodobacter sp.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으며, Govarthanan et al.(2019)은 가장 향상된 생장을 보인 청색광을 이용하여 pH, 온도, 수크로스(sucrose) 농도, 청색광 노출 시간의 조건을 달리하여 최적의 EPS 생성 조건을 도출하였다. Al-Ansari(2022)는 청색광 조건에서 pH, 포도당(glucose) 및 구연산염(citrate) 농도의 조건을 조절하여 최적의 비소 제거 조건을 도출하였다.
그간 자연 환경에서 원소의 거동에 미치는 미생물의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는 지구화학적 반응만으로 규명될 수 없었던 여러 현상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다른 파장의 가시광선이 미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식품이나 의학 등의 분야에서 주로 수행되고 있는 반면, 지구화학 분야에서는 국제적으로도 드문 형편이다. 서로 다른 빛 파장에서 오랜 기간 생장한 미생물이 pH나 독성 중금속 등 지구화학적 요인에 대한 내성에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 주제일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적색, 녹색, 청색의 파장을 이용하여 서로 다른 가시광선 파장에서 세대를 거듭하여 진화한 박테리아의 생장 특성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또한 서로 다른 파장에서 생장한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다양한 pH와 독성 중금속인 구리가 주입된 조건에서 활성도 차이를 관찰하였다.
연구방법
미생물 분리 및 동정
이 연구에 사용된 미생물은 전남대학교 내 토양으로부터 분리한 토양 토착균(indigenous bacteria)을 실험 대상으로 하였다. 채취한 토양은 탈이온수와 혼합하여 1시간 30분 동안 진탕한 뒤 원심분리(2000 rpm, 5 min)하여 분리된 상등액 0.1 mL을 LB 고체배지에 도말하였다. LB 배지의 조성은 다음과 같다; tryptone 10 g/L, 효모추출물 5 g/L, NaCl 10 g/L. 고체배지는 32°C의 항온배양기에서 배양하였다. 고체 배지 상에 집락(colony)이 형성된 후 가장 우점하는 균체를 분리하였으며 순수한 균체를 분리하기 위해 고체배지에서 2번 계대배양하였다. 계대배양하여 분리된 단일 균체는 (주)마크로젠에 의뢰하여 16s rRNA를 이용한 미생물 동정(identification)을 수행하였다.
고체배지에 형성된 균체는 백금이로 취하여 LB 액체배지 50 mL에 접종하고 32°C, 60 rpm의 항온진탕배양기에서 24시간 배양하였다. 균체의 활성이 확인된 후 LB 액체배지에 접종해 서로 다른 빛 파장 조건에서의 계대배양을 실시하였다.
적색, 녹색, 청색 파장 조건에서 미생물 배양
서로 다른 파장 조건에서 세대를 거듭하여 진화한 박테리아의 생장 차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LB 액체배지를 이용해 계대배양을 수행하였다. 적색, 녹색, 청색 파장 조건은 셀로판지가 동일한 파장의 빛만 통과시키는 원리(Babitha et al., 2008)를 이용하여 투명한 세럼병(serum bottle)을 해당 색의 셀로판지로 일회 감싸 조성하였으며, 비교시료(control)로서 빛에 노출된 시료와 세럼병을 은박지로 감싸 빛이 차단된 시료를 포함하여 실험을 진행하였다(Fig. 1).
각 실험 세럼병에 LB 배지 45 mL과 미생물 접종액 5 mL을 주입하여 24시간 동안 빛이 차단되지 않은 환경에서 실온으로 배양하였다. 24시간 뒤 미생물 배양액을 채취한 후 UV-vis spectrophotometer(Cole-Parmer, UK)를 이용해 600 nm에서의 광밀도(optical density)를 측정하여 미생물의 활성도를 파악하였다. 계대배양은 9월 19일부터 11월 23일까지 약 9주간 수행되었으며 이는 초기 배양균을 1세대로 가정하였을 때 총 31세대에 해당한다. 24시간 간격으로 액체배지를 이용한 계대배양이 불가능한 경우 LB 고체배지를 이용해 냉장 상태에서 균주를 보관한 뒤 다시 액체배지로 배양하였다. 실험의 신뢰성을 위해 비교시료를 포함하여 모든 조건은 이중시료(duplicate)로 구성하였다.
31세대 후 pH 변화와 구리 주입에 따른 미생물 생장 비교
서로 다른 빛 파장 조건에서 진화한 미생물을 대상으로 외부 독성 환경에 대한 내성을 평가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를 위해 총 31세대의 계대배양을 거친 미생물에 대해 pH 변화와 미생물에게 독성을 미치는 구리 주입을 통해 각 생장 차이를 확인하였다. pH는 HCl과 NaOH를 이용하여 LB 배지를 pH 4, 7, 9로 조절하였다. 구리는 CuSO4·5H2O를 이용하여 LB 배지에 각각 10, 100, 1000 ppb가 되도록 주입하였다. 각 pH와 구리 농도가 주입된 LB 배지 45 mL에 31세대 후 미생물 접종액 5 mL을 접종하여 24시간 동안 빛이 차단되지 않은 환경에서 실온으로 배양하였으며, 24시간 뒤 미생물 배양액을 채취하여 UV-vis spectrophotometer를 이용해 600 nm에서의 광밀도를 측정하였다.
결과 및 해석
미생물 분리 및 동정
토양 토착균으로 분리된 미생물(ChSCD1로 명칭)에 대한 16s rRNA 결과 Paenibacillus hunanensis와 99.2%의 유사도를 보였다(Fig. 2). Paenibacillus는 생물응집(bioflocculation)이나 효소의 활동을 통해 유기 오염물질, 중금속과 같은 환경 오염물질을 제거하거나 분해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Grady et al., 2016). P. hunanensis는 Paenibacillus에 속하는 종으로 그람양성의 호기성 또는 통성혐기성균이며 하이브리드쌀(hybrid rice)의 씨앗에서 처음 분리되었다(Liu et al., 2010). LB 고체배지에서 24~48시간 후 생성된 콜로니는 3~7 mm의 직경을 가진 원형으로 황백색 또는 노란색을 띠었다.
세대별 미생물 활성도
토양으로부터 분리된 미생물은 총 31세대에 걸쳐 계대배양 하였으며, Fig. 3은 서로 다른 빛 파장 조건에서 생장한 미생물의 세대별 활성도(OD600)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미생물의 활성도는 21세대까지는 파장 조건별로 뚜렷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으나 22세대부터 대체적으로 적색광 조건에서 높은 활성도를 보였다. 29세대부터는 적색광 조건에서 활성도가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며 자연광 시료에 비해 36~42% 높은 활성도를 나타냈다. 마지막 31세대에서의 평균 OD600은 적색광 0.80, 녹색광 0.63, 청색광 0.69, 무광 0.61, 자연광 0.58로 적색광 조건에서 가장 큰 활성도를 보였으며, 적색광 > 청색광 > 녹색광 순서로 미생물의 생장이 증가함으로써 분리한 Paenibacillus hunanensis ChSCD1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적색광 조건에서 적응력이 증가하는 특성을 나타냈다. 이 결과를 통해 볼 때, 적색광 조건에서 나타난 높은 활성도는 적색광의 장기간 노출이 분리한 미생물의 생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다만, 뚜렷한 활성도 증가가 배양 후반기인 29세대부터 나타난 것은 실험을 더욱 연장하였을 경우 동일한 결과가 계속 나타날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것이며, 추후 연장된 배양기간을 통해 적색광에 노출된 Paenibacillus hunanensis ChSCD1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적응력이 증가하는 것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pH 조건에 따른 미생물 생장 차이 비교
서로 다른 파장 조건에서 31세대를 거쳐 진화한 미생물을 pH 4, 7, 9로 조절한 LB 배지에서 24시간 배양 후 미생물의 활성도(OD600)를 측정하였다. pH 조건별 활성도 결과는 Fig. 4에 나타냈다.
빛 파장과 관계없이 pH 4의 산성과 pH 9의 알칼리 환경에서는 모든 조건에서 매우 낮은 활성도를 보였으나 pH 7의 중성 환경에서는 가장 최적의 성장을 보였다. Liu et al. (2010)에 따르면 P. hunanensis는 pH 5~10에서 최적의 성장을 보였으나 이 연구에서 분리된 P. hunanensis는 pH 7에서만 가장 활발한 생장을 보였으며 pH 4와 9에서는 생장이 억제되는 특성을 보였다.
적색광 조건에서 생장한 박테리아의 경우 특히 pH 7에서 녹색광, 청색광, 빛이 없는 조건에 비하여 매우 높은 적응력을 나타낸 것이 특징적이었다. 평균값으로 비교하였을 때, pH 4에서는 적색, 녹색, 청색광 조건에서 각각 자연광 시료 대비 24, 13, 22% 수준으로 활성도가 증가하였다. pH 7에서는 적색광 조건에서 자연광 시료 대비 42% 수준으로 활성도가 가장 크게 증가하였으며, 녹색과 청색광 조건은 각각 자연광 시료 대비 8, 1% 수준으로 증가하여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pH 9에서는 청색광 조건에서만 자연광 시료 대비 26% 수준으로 활성도가 증가하였으며, 적색광 조건에서는 pH 4와 7에서 높은 활성도를 보였던 것과 반대로 자연광 시료 대비 52%의 낮은 활성도를 보였다. 이는 pH 7의 중성 환경에서 P. hunanensis의 활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적색광에 장기간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
구리 주입에 따른 미생물 생장 차이 비교
서로 다른 빛 파장 조건에서 31세대를 거듭하여 진화한 미생물을 독성물질인 구리가 10, 100, 1000 ppb로 주입된 LB 배지에서 배양하였으며 24시간 배양 후 미생물의 활성도(OD600)를 측정하였다. 구리의 농도별 활성도 결과는 Fig. 5에 나타냈다.
적색광 및 녹색광 조건에서 배양한 박테리아는 10, 100, 1000 ppb의 구리 농도에서 각각 자연광 시료에 비교하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청색광 조건 및 빛이 차단된 조건에서 배양한 박테리아는 흥미로운 결과를 나타냈다. 청색광 조건의 경우, 10, 100, 1000 ppb의 구리 농도에서 각각 자연광 시료 대비 18, 29, 33% 낮은 활성도를 보였다. 한편 빛이 차단된 조건에서는 모든 구리 농도 조건에서 자연광 시료에 비하여 15~27% 낮은 활성도를 보였으며, 이는 P. hunanensis가 구리에 대한 저항성을 나타내는 유전자 형성에 빛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논과 밭토양의 평균 구리 함량은 19~24 mg/kg으로(KOSIS, 2024), 자연환경에서 P. hunanensis의 구리에 대한 내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청색광 및 빛이 차단된 조건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할 때, 청색광 단일 파장 및 빛이 차단된 조건에서는 구리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자연광 조건에 비하여 낮은 미생물 생장을 유도하는 효과를 보였다. 10 ppb의 구리 환경에서 전체적인 저항성은 적색광 = 자연광 > 녹색광 = 청색광 > 빛이 차단된 조건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100 ppb 구리 환경에서는 녹색광 = 자연광 > 적색광 > 차단된 빛 조건 > 청색광의 순, 1000 ppb 구리 조건에서는 적색광 = 녹색광 = 자연광 > 청색광 = 빛이 차단된 조건의 순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청색광 조건에서 가장 낮은 활성도를 보인 것은 461 nm의 청색 LED에서 낮은 활성을 보인 Do and Bang(2013) 및 Do et al.(2015)의 기존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였다. 생물체에게 유독한 효과를 보이는 자외선 파장과 가장 가까운 청색광 조건에서 배양한 박테리아는 외부 독성 효과에 저항할 수 있는 내성이 감소한 것으로 판단되나 이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층 연장된 배양기간을 통한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결 론
적색, 녹색, 청색 빛 파장 및 빛이 차단된 조건과 자연광 조건에서 세대를 거듭하여 진화한 박테리아의 생장 차이를 pH 4, 7, 9 조건과 독성물질인 구리 주입을 통해 평가하였다. 주변 환경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생물을 실험 대상으로 하고자 전남대학교 부지 내 토양에서 토착 미생물을 분리하였으며, 분리된 미생물은 16s rRNA 분석 결과 Paenibacillus hunanensis로 나타났다. 적색, 녹색, 청색광 조건에서 생장한 박테리아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적색광 조건에서 높은 활성도를 보이며 적응력이 증가함을 확인하였다.
서로 다른 파장 조건에서 진화한 31세대 후의 미생물을 pH 4, 7, 9 및 독성물질인 구리가 10, 100, 1000 ppb로 주입된 LB 배지에서 배양하여 활성도를 측정하였다. 실험 결과, 적색광 조건에서 생장한 박테리아는 pH 7 조건에서 높은 적응력을 나타냈다. 빛 파장에 따른 구리에 대한 내성을 살펴보면 청색광과 빛이 없는 조건에서 진화한 박테리아는 적색광, 녹색광, 자연광 조건에 비하여 낮은 내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빛 파장 조건에서 여러 세대를 거쳐 배양한 미생물의 생리학적 차이를 밝히고자 한 이 연구는 환경지구화학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연구이다. 이 연구는 오염된 자연 환경을 목적에 맞는 미생물을 적용하여 처리할 경우, 예를 들면 폐수 내 중금속을 미생물 흡착을 이용하여 제거하거나 황산염환원균을 이용하여 용액 내 중금속을 황화물로 침전하려 할 때, 중금속 독성에 한층 향상된 내성을 갖도록 미생물을 특정 빛 파장에서 배양한 후 적용하는 기술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