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탄소 중립 시대로의 변환에 맞춰 전기자동차 보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는 배터리 제조 3사를 비롯한 소재/장비/부품 관련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반도체, 자동차 산업의 뒤를 잇는 국가 주요 기반 산업으로 발전 중이다. 이에 배터리 원료로 사용되는 주요 핵심 소재(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 자원 부국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이후 배터리 산업의 발전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 이차전지 산업(K-Battery) 발전 전략(’21.7)’,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방안(’23.12)’ 등 다양한 정부 정책을 시도하고 있으며, 관련 정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사용 후 배터리 생태계 조성’이다. ‘사용 후 배터리 생태계 조성’은 말 그대로 사용 후 배터리로부터 유가 자원을 회수하여 다시 배터리 원료로 재사용하는 순환체계 구축을 의미한다. 주요 배터리 핵심 소재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해외 자원 투자/공동 개발 등을 통한 1차 자원으로부터의 공급망 확보와 함께 사용 후 제품 형태로 발생하는 2차 자원으로부터 효과적인 원료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용 후 배터리로부터 유가 자원을 회수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및 노력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IRA(Inflation Reduction Act)와 CRMA(Critical Raw Material Act)를 각각 제정하여 주요 핵심 소재에 대한 탈중국 공급망 구축뿐만 아니라 사용 후 배터리 회수 및 재활용 의무, 배터리 내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 등의 규제를 신설하였다. 유럽의 규제에 따르면 2031년까지 사용 후 배터리 내 주요 원자재인 리튬을 80%, 나머지 코발트, 구리, 납, 니켈을 95%까지 회수해야 하며, 2036년까지 배터리로부터 추출한 재활용 원료를 배터리 제조 시 적게는 12%(리튬)에서 많게는 85%(납)까지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문제는 단순 폐기 시 발생하는 환경적 오염 문제뿐만 아니라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다행스럽게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부터 일차전지를 비롯한 이차전지 재활용에 관한 많은 기술 개발 및 관련 산업 발전이 진행되었다. 그 동안의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기본적으로 배터리 내 주요 금속 원소를 추출하기 위한 습식 처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현재 국내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산업도 주로 산을 이용한 습식 공정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까지의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주요 원료는 일차전지를 비롯한 휴대폰, 노트북 등의 소형 폐가전 배터리와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이었다면, 2025년 이후에는 전기자동차 사용 후 배터리가 대량 발생하기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이제까지 수행되고 있는 사용 후 배터리 전처리 공정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사용 후 배터리의 전처리 공정은 주로 습식 후처리를 위한 원료 생산의 목적으로 수행되었으며, 대부분 단순 파분쇄/선별 등의 공정으로 구성 되어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같이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한 소재가 결합된 배터리가 발생하면서 전처리 공정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또한 배터리 처리 과정에서의 오염 물질 배출 제재 등의 환경 규제가 심화되고, 배터리의 화재/폭발과 같은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사용 후 배터리 전처리 공정은 배터리 재활용 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큰 연관성을 갖게 되었다. 이에 상대적으로 기술 개발이 늦은 사용 후 배터리 전처리 공정에 많은 연구와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본 총설에서는 사용 후 배터리 전처리 주요 공정에서 사용되는 처리 기술에 대한 국내외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 현황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그동안 일차전지 재활용을 기반으로 운영되어 왔지만,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로의 전환에 따라 전기차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전기차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매년 8~9천만대의 완성차가 판매되고 있으며, 그 중 전기차 판매 비율은 2020년 이전 한자리 수에서 2020년 중반 약 15~25%, 2030년에는 약 50%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Marklines, 2024). 즉, 2030년 이후에는 현재 완성차 판매량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도 매년 약 4~5천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러한 전기차의 급격한 보급은 자연스레 폐차되는 전기차 발생량도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SNE research(2023)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의 사용 연한인 8~10년 이후부터 전기차 폐차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2030년 약 400만대에서 2040년 약 4,200만대로 전기차 폐차 발생량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차 폐차 발생은 사용 후 배터리의 발생을 의미하며, 2040년 기준 약 3,500GWh 용량의 사용 후 배터리 발생이 예상된다(SNE research, 2023). 발생된 사용 후 배터리의 처리에 있어서 일부 용량이 저하된 사용 후 배터리는 ESS 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능이 크게 저하되거나 불량인 사용 후 배터리는 재활용 시장으로 넘어오게 된다. 이러한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과 재활용에 대한 정확한 진단 기준 및 규정이 아직 완비되지 않아 정확한 비율을 예상하기 어려우나, 전체 발생량 중 약 50% 내외로 재사용과 재활용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Marklines, 2024).
전세계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배터리 산업의 성장과 함께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어, 2022년 약 194억 달러에서 2030년 약 311억 달러로 매년 6.9%씩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도 전세계 시장과 유사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사용 후 배터리 배출량은 2021년 440개 수준에서 2029년 약 8만 개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Korea Energy Economics Institute, 2018), 이에 따른 국내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도 2022년 약 2,200억 원에서 매년 6.1%로 성장하여 2030년 약 3,5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MarketsandMarkets, 2024).
이러한 흐름에 맞춰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기업들의 노력 및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는 성일하이텍을 필두로 포스코, 영풍, 고려아연 등의 대기업들과 세빗켐, 아이에스동서, 세기리텍 등 다양한 중소·중견기업들이 사용 후 배터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여 관련 활동을 영위하고 있으며, 국외의 경우에는 중국의 화유 코발트, 유럽의 Umicore, 미국의 Li-cycle 등이 사용 후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였다. 이런 기업들은 사용 후 배터리 블랙 매스(black mass)에서 리튬, 니켈 등 유가 자원을 회수하는 후처리 공정에 대한 투자와 함께 최근에는 블랙 매스의 효과적 생산을 위한 전처리 공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여러 기업들이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진출하면서 공격적인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27년 국내 사용 후 배터리 처리 용량은 약 16.8만 톤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2030년 발생하는 국내 사용 후 배터리의 양은 약 1.8만 톤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배터리 제조 스크랩을 비롯한 사용 후 배터리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Kim, 2024). 또한 2024년 상반기 전기차 시장이 주춤함에 따라 배터리 산업을 비롯한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산업도 성장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1,640만 대로 예상되어 2023년 약1,400만 대에 비해 16.6% 증가되었다(SNE research, 2024). 이는 2019년~2024년의 평균 성장률 47.9%에 한참 모자라는 수준으로 향후에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의 성장 전망도 일부 하향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전처리 기술 동향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크게 사용 후 배터리로부터 블랙 매스 등을 회수하는 전처리 공정과 회수된 블랙 매스로부터 유가 금속 원소를 회수하는 후처리 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 후처리 공정도 습식과 건식 방법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의 공정에서 필요로 하는 원료의 형태가 다르지만 사용 후 배터리의 효과적인 재활용을 위해서 전처리 공정의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사용 후 배터리의 전처리 공정은 크게 수거-진단-방전-해체-유기물처리-파분쇄-선별의 공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 총설에서는 전처리의 주요 공정인 해체, 유기물처리, 파분쇄, 선별 공정의 물리적 기술에 대하여 현재 운용되고 있거나 개발되고 있는 기술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해체 공정
소형 배터리 또는 소형 가전에 포함되어 있는 사용 후 배터리의 경우에는 해체 또는 분리 공정에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어 바로 파쇄 공정에 투입되는 경우가 있지만, 무게가 무겁고 규모가 큰 전기자동차 사용 후 배터리의 경우에는 배터리 팩부터 필요에 따라 모듈 또는 셀 단위까지 해체 및 분리 과정을 거치는게 일반적이다.
Fig. 1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팩 구조를 살펴보면 배터리의 기존 구성 단위인 배터리 셀을 여러 개를 모아 배터리 모듈로 조립되며, 수십개의 배터리 모듈이 결합되어 배터리 팩이 구성된다. 배터리 이외에도 배터리팩 상부/하부 케이스를 비롯하여 전선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 Battery Management System), 냉각 시스템, 연결 볼트, 접착제 등 다양한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팩은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심지어 전기자동차 종류에 따라 다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수작업에 의해 해체 및 분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전기자동차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이 적어 수작업으로 해체가 이루어졌지만, 향후 대량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배터리팩의 해체 공정 효율 향상을 위해서는 기존의 수작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해체 과정은 무거운 고전압의 배터리팩을 다루는 작업이기 때문에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자동화/기계화 공정 도입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배터리팩 해체 공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터리팩의 다양한 구조에 의해 다르게 진행되지만 일반적으로 스위치 박스 제거부터 여러 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각 단계별 공정 자동화 난이도에 대한 유럽 전문가들의 설문 의견을 종합해보면(Klohs et al., 2023), 배터리팩 커버 제거, 전선류 제거, 배터리 모듈 제거 공정에서 공정 자동화에 가장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Fig. 2). 배터리팩 커버 제거 공정의 경우에는 커버를 결합하고 있는 많은 수의 볼트를 제거해야 하지만 배터리팩의 모델에 따라 볼트의 크기나 위치가 모두 다르고, 사용 후 배터리의 특성 상 볼트가 오염되어 기계적으로 볼트를 제거하는 공정이 수월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러한 볼트의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 공정에서 오염 방지 장치를 장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오히려 자동화 공정 시 볼트의 위치를 감지하는 비전시스템의 효과를 저하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배터리의 각 부분을 기능을 연결해주는 전선류의 제거 공정이다. 전선류는 기본적으로 각 부품의 매우 작은 부분에 정확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전선류를 자동화하여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부분을 잡거나 잘라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선류의 연결은 특수한 연결 방식의 커넥터를 사용하기도 하며, 다양한 부품들의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자동화 공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배터리 모듈의 제거 공정인데, 배터리 모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모듈을 배터리팩에 고정시키는 볼트류를 제거하는 것부터 접착력이 우수한 방열소재(heat-conducting paste) 제거 및 로봇을 이용한 모듈의 정확한 파지 등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배터리 해체 공정의 자동화는 전 공정에 걸쳐 구축되기 보다는 작업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되는 단위 공정부터 순차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따라서 고중량 배터리의 팩의 이동 및 회전, 수작업에 의한 볼트 제거 후의 커버 제거, 중량물의 이동, 절단 공정 등의 공정부터 자동화 공정을 도입하여, 사람과 로봇의 협력 해체 공정 구축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해체가 어려운 볼트 및 브라켓 제거를 위한 전용 장비 개발, 사용 후 배터리 상태를 인식하고 해체할 수 있는 S/W 개발, 배터리 커팅 장치 개발 등을 내용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Yun et al., 2023).
유기물 제거 공정
배터리를 구성하는 요소 중 유기물은 크게 전해액(electrolyte)과 바인더(binder)로 나눌 수 있다. 유기물들은 배터리를 구성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이지만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는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해액의 경우에는 높은 휘발성, 화재 가능성, 독성 등으로 인해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바인더의 경우에는 양극/음극 활물질과 금속 전극 사이의 높은 부착력으로 인해 전처리 공정의 주요 산물인 블랙 매스 회수 효율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전해액과 바인더는 블랙 매스 생산을 위한 전처리 공정에서 다양한 방법들에 의해 환경적으로 안전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전해액
전해액은 배터리 내 양극와 음극 사이의 전달 매개체로 관련 이온을 유무기 용매에 용해하여 제조하고 있으며, 기능에 맞게 소량이지만 다양한 첨가제를 추가하기도 한다. 이차전지에서는 Lithium hexafluorophosphate (LiPF6), Lithium tetrafluoroborate (LiBF4), Lithium perchlorate (LiClO4) 등의 리튬염을 ethylene carbonate (EC), propylene carbonate (PC), diethyl carbonate (DEC), dimethyl carbonate (DMC) 등의 카보네이트 계열의 용매에 녹여 구성한다(Fig. 3).
전처리 공정에서 전해액은 쉽게 휘발되고 분해가 일어나게 된다. LiPF6의 경우에는 LiF와 PF5로 분해된 뒤 물과 반응해 최종적으로 HF와 H3PO4로 분해가 일어나게 되며, 분해 생성물들은 물에 대한 높은 용해도로 인해 물, 대기, 토양 등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전해액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사람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효과적인 처리 방법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인해 양극 활물질 내 유가 금속에 대한 회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전해액은 단순 제거 대상으로 판단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 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전해액의 발생량 증가와 전해액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단순 제거뿐만 아니라 전해액을 회수하는 등 효과적인 재활용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전해액 재활용을 위해 개발되고 있는 기술은 크게 열분해(pyrolysis), 용매 추출(solvent extraction), 초임계 추출(supercritical CO2 extraction), 진공증류(vacuum distillation) 등이 있다(Fig. 4).
열분해 방법(pyrolysis method)
열분해 방법은 불활성 분위기(inert atmosphere)에서 온도를 상승시켜 유기물의 분해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공정의 편의성과 대량 처리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많은 연구와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열분해 방법을 통해 가열하는 온도에 따라 일반적으로 200℃ 이하에서는 전해액의 분해가 이루어지고, 500~600℃ 이상에서는 또 다른 유기물인 바인더가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Sun and Qiu, 2011). 열분해 방법을 통해 휘발되는 기체들은 포집 장치를 구성하여 회수할 수 있는데, 배터리 내 다양한 유기물이 존재하는 만큼 열분해를 통해 회수되는 유기물들도 다양한 혼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회수된 유기물을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포집된 혼합물을 종류별로 분리 및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혼합물을 고부가가치의 합성 가스(syngas)로 변환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 사례도 있다(Jung et al., 2021). 열분해 공정의 산물은 HF 등 유해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해성 감소를 위해 적절한 처리 장치의 구축이 필요하며 높은 시설 투자와 운영비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유기 용매 추출(Organic solvent extraction)
유기 용매 추출 방법은 적절한 유기 용매를 활용하여 배터리 내 유기물을 유기 용매로 이동시켜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회수된 유기물들은 서로 다른 끓는점을 이용한 분별 증류 방법을 통해 회수하게 된다. 복합 유기물인 AEES(Aqueous exfoliating and extracting solution)을 이용한 유기물 제거 연구 결과에서는 3분 안에 약 90%의 전해액이 용해되는 결과를 얻었으며, 바인더의 제거도 가능해 양극/음극 활물질과 금속 전극의 분리도 유도할 수 있었다(He et al., 2019)(Fig. 5). 또한 PC(propylene carbonate), EC(ethylene carbonate), DMC(dimethyl carbonate) 등 다양한 용매를 이용한 전해액 추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추출된 전해질을 산/염기 처리, 가압 증류 등의 방법을 통해 LiPF6의 형태로 회수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Zhu et al., 2020). 유기용매를 이용한 추출 방법은 전해액을 분해하지 않고 환경적으로 안정한 상태로 회수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다량의 유기 용매 사용에 따른 경제적 문제와 새로운 유기 용매 사용으로 인한 전해액 회수 시 오염 문제 등의 단점이 존재한다.
초임계 추출(Supercritical extraction)
초임계 유체는 온도와 압력이 특정 임계 지점을 상회하게 되면 액체와 기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상태의 물질을 의미하며, 물리화학적으로 독특한 성질을 갖게 된다(Baiker, 1998). 특히 초임계 유체의 점도는 기체와 유사하며, 액체보다 확산 속도가 높아 고체 내부로 침투하는데 매우 용이하고, 밀도는 액체와 유사해서 높은 용해 능력을 갖는 특징이 있다. CO2의 경우 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33.1℃)와 압력(73.8 bar)에서 초임계 유체를 생성할 수 있으며(Fig. 6), 높은 친환경성과 재활용 가능성으로 인해 많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Ahmadkelayeh and Hawboldt, 2020). CO2 초임계 유체를 이용하여 온도와 압력, 추출 시간 등 다양한 추출 조건에 따라 전해액을 추출하였으며, 추출된 전해액 성분들을 비교하여 효과적인 추출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Grützke et al., 2014; Mu et al., 2017; Nowak and Winter, 2017)(Fig. 7). 결과적으로 CO2 초임계 유체는 비극성 물질에 대한 우수한 추출 특성을 보였으며, 초임계 원료로 사용된 CO2의 경우 낮은 가격과 안정성 등이 장점이지만, 초임계 유체를 만들기 위한 높은 온도와 압력은 높은 비용이 요구된다.
기타 방법
전해액 처리를 위한 기타 방법으로는 알칼리 흡착법과 진공 증류, 냉각처리, 기계적 분리 방법 등이 있다. 알칼리 흡착법은 전해액을 수산화칼슘(Ca(OH)2)과 반응시켜, 불화칼슘(CaF2)과 수산화리튬(Li(OH))의 형태로 회수하거나 수산화나트륨(NaOH)과 자일렌(xylene)을 이용하여 유기용매(DME)를 회수하고 탄산리튬(Li2CO3)은 탄산나트륨(Na2CO3)으로 회수하는 방법이다(Mao et al., 2024). 알칼리 흡착법은 전해액의 유해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나, 알칼리 용액과의 반응 과정에서 많은 불순물과 폐수가 발생하는 단점이 존재한다. 진공 증류방법은 진공 상태에서 온도를 상승시켜 전해액을 휘발시키고, 이를 응축하여 회수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낮은 압력을 구현하여 전해액을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휘발시켜 회수할 수 있으며, 회수된 전해액을 추가적으로 정제하여 순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Xu et al., 2023). 그 밖에 냉각 처리 방법은 전해액을 낮은 온도에서 응축하여 고체 상태로 만든 후 회수하는 방법이며, 기계적 처리 방법은 높은 속도의 원심분리를 통해 전해액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바인더
바인더는 양극/음극 활물질을 금속 전극(Cu, Al)에 도포할 때, 균일성과 접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혼합하는 유기물질이다. 배터리 음극은 음극 활물질인 흑연 또는 실리콘을 구리 포일에 도포하게 되는데, 이 때 사용되는 바인더는 SBR(Styrene-butadiene rubber), acrylic resin 등이며, 대부분 수용성 바인더이다. 배터리 양극은 양극 활물질인 리튬금속산화물(LCO, NCM, LFP)을 알루미늄 포일에 도포하게 되며, 이 때 사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바인더는 PVDF(Polyvinylidene fluoride)이다. 양극 바인더인 PVDF는 음극 바인더들과 다르게 수용성 물질이 아니므로, 물리화학적 방법을 통해 제거가 필요하다. 특히 PVDF는 배터리에서 가장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 양극 활물질과 금속 전극을 결합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양극 활물질을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위해서 반드시 제거되어야 하는 물질이다. 또한 구조상 불소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환경적으로도 안전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따라서 바인더 중 PVDF에 대한 대표적인 처리 방법인 물리적 처리, 열화학 기반 처리, 산/염기 처리, 용매 처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Fig. 8).
물리적 처리
물리적 처리 방법은 파분쇄/분급 과정을 통해 양극 활물질과 알루미늄 포일 사이의 물리적 특성 차이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탈착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파쇄 후 분급 공정을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입도가 작은 활물질은 미분으로, 연성이 높은 금속 전극들은 조분으로 분리가 가능하며, 현재 운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사용 후 배터리 전처리 공정에서 이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기계적 파쇄 시 저온 처리를 통해 활물질과 금속 전극의 탈착을 증가시키는 내용이 보고되었다(Wang et al., 2019a). 그러나 파분쇄/분급을 통한 기계적 처리를 이용할 경우 활물질과 금속 전극의 탈착은 유도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PVDF는 분해/제거가 되지 않고, 활물질 표면에 남아 있어 후속 공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Zhang et al., 2014a).
열처리
열처리는 고온에서 PVDF를 분해 또는 용해시키는 방법을 의미한다. 고온 열처리 방법은 일반적인 대기 상태에서 진행하는 연소(incineration)와 산소가 없는 분위기 제어 상태에서 진행하는 열분해(pyrolysis)로 나눌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반응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촉매를 사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PVDF는 열분해 과정 중 350℃에서 분해가 시작되어 약 550~580℃에서 완전한 분해가 이루어지며(Hanisch et al., 2015), 열분해 후 회수되는 양극 활물질의 회수율이 약 83%에서 98% 이상으로 대폭 향상된 연구가 보고되었다(Zhang et al., 2019). 열분해 과정에서 촉매로 산화칼슘(CaO)를 사용한 경우에는 반응 온도를 약 300℃로 감소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분해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불소(HF)도 불화칼슘(CaF2)으로 변환시켜 환경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Wang et al., 2019a).
또한 최근에는 용융염(molten salt)을 이용한 열처리 방법과 고전압 방전을 이용해 PVDF를 열분해하는 기술들이 시도되고 있다. 용융염 방법은 일반적인 고체 무기염을 녹는점 이상으로 가열하여 형성된 물질의 열저장, 산화 등의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AgCl3/NaCl 용융염을 이용하여 PVDF를 160℃에서 효과적으로 녹여 양극 활물질의 높은 분리 효율을 얻는 등(Wang et al., 2019b) 다양한 용융염을 활용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용융염 방법은 일반적인 PVDF의 열처리 온도보다 낮은 160~300℃에서 PVDF의 분해가 가능해 낮은 에너지 소비, 저렴한 공정 비용의 장점을 갖는다. 고전압 방전을 이용한 방법은 짧은 시간에 대량의 에너지를 방출하여 금속 전도성 재료와 비전도성 재료를 분리하는 방법이다. 순간적인 에너지 방출로 인해 PVDF가 녹으면서 접착력이 상실되며, 이를 통해 활물질의 탈착이 이루어진다(Tokoro et al., 2021; Li et al., 2024) (Fig. 9).
화학 처리
화학 처리 방법은 수용액 상태에서 산/염기/산화제/초음파 세척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활물질과 알루미늄의 탈착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염기성 용액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알루미늄 호일을 선택적으로 용해시켜 활물질을 회수할 수 있으며(Wang et al., 2017), 산성 용액을 사용할 경우 활물질 자체를 용해하여 유가 금속을 회수할 수 있으나, 너무 높은 농도의 산을 사용할 경우 알루미늄도 용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유기산을 적용하기도 한다(Zhang et al., 2014b). 산/염기/산화제 등을 이용한 탈착 방법은 효과가 우수하지만, 고농도의 산/염기 용매를 사용하고 공정 후 대량의 폐수가 발생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초음파 세척(Ultrasonic cleaning) 방법은 매질의 분자를 진동하고, 기포를 통해 공동현상(cavitation effect)을 발생시켜 결합력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Fig. 10). 그러나 PVDF의 강한 접착력은 단순 초음파 세척 방식으로 감소시키기 어려우며, 수산화리튬(LiOH), 무기산, 유기산, 유기 용매 등의 보조 용액을 사용해야 탈착 효과가 증가한다. 산을 보조용액으로 사용하는 경우 HO 라디칼의 강한 산화작용이 PVDF의 빠른 분해를 유도하여(Chen et al., 2020) 높은 탈착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용매 처리
용매를 이용한 PVDF의 제거 방법은 열처리 방법에 비해 낮은 온도에서 공정 운영이 가능하며, 열처리 시 발생할 수 있는 유해 가스 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배터리 제조에서 NMP와 같은 강한 극성 용매를 이용하여 PVDF를 용해하기 때문에, 같은 원리로 높은 극성을 갖는 유기용매를 이용하여 사용 후 배터리 내 PVDF를 제거할 수 있다. 다양한 극성 유기 용매를 이용한 PVDF 제거 실험에서 DMAC(Dimethylacetamie)가 낮은 독성과 가격 경쟁력에서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였으며(Bankole and Lei, 2018), NMP와 초음파 세척을 결합한 실험에서도 우수한 탈착 효과를 보였다(He et al., 2015). 비록 실험실 수준에서 유기 용매를 이용한 PVDF 제거 실험은 우수한 결과를 보였지만, 용매의 높은 휘발성과 독성 등으로 인해 대규모 작업 시 작업자의 건강과 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독성이 약한 유기 용매들을 활용하고자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상업적으로 뚜렷한 성과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유기 용매의 높은 비용과 잠재적 유해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다양한 분야에 이용이 가능한 공융 용매(Deep Eutectic Solvents)를 이용한 PVDF 제거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Padwal et al., 2022).
파분쇄 공정
배터리는 다양한 구성 요소(양극/음극 활물질, 금속 전극, 분리막, 전해액 등)들이 물리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제품으로 효과적인 재활용을 위해서는 각각의 구성 요소들을 분리하여 독립적인 상태로 존재하게 해야 한다. 이렇게 단체분리(liberation)된 각각의 구성 요소들은 물리·화학적 특성 차이에 의해 분리가 가능하며 회수된 구성 요소들은 적절한 방법으로 재활용된다. 이렇듯 복합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단체분리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크기를 감소시키는 파분쇄 공정이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된다. 물론 제품을 하나씩 해체하여 구성 요소들을 회수하는 것이 가장 높은 순도를 얻을 수 있지만, 이 방법은 많은 시간, 비용,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파분쇄 공정은 입도를 감소시키면서 단체분리를 유발하는 것인데, 대상 물질에 가해지는 힘의 형태에 따라 그 결과물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인 광물의 경우에는 crushing, chipping, abrasion, shear 등의 다양한 파분쇄 메커니즘을 적용하여 가장 효과적인 공정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배터리의 경우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터리는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결합된 형태이므로 1차적으로 전단력을 이용하여 각각의 구성 요소들은 찢는 형태의 파쇄가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배터리에서 경제적 가치가 가장 높은 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의 혼합물인 블랙 매스를 회수하기 위해서 입도 감소와 함께 전극으로부터 효과적인 탈착을 유발시키는 장비를 적용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배터리 파쇄에 정규화된 표준 공정은 없지만 대부분의 상용 공정에서는 shredder, impact crusher(hammer mill), Granulator(cut crusher) 등의 파분쇄 장비를 2-3단계로 구성하여 파쇄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 해당 장비들은 모두 회전하는 장비에 시료를 투입하여 구성 요소들의 입도 감소와 활물질 탈착을 유도하는 형태이다(Fig. 11).
1차 파쇄 공정에 적용되는 파쇄기는 높은 토크, 저속 회전이 적용된 shredder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2차 또는 3차 파쇄 공정에서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granulator나 impact crusher를 구성하게 된다. 이는 배터리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있으나 현재 상용 공정에서는 대부분 유사한 구성을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 Recupyl社의 공정에서는 shredder를 저속으로 가동하여 1차 파쇄 후 고속의 impact crusher를 적용하고 있으며(Velázquez-Martínez et al., 2019), 독일의 Duesenfeld社는 granulator 형태의 shredder(Duesenfeld, 2024)를, 미국 Toxco社도 shredder를 이용한 1차 파쇄 후 impact crusher를 이용한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Gaines et al., 2011).
배터리의 파분쇄 후 블랙 매스와 나머지 구성 요소들을 분리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공정에서는 입자 크기를 이용한 선별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사용 후 배터리 공정 분석 자료에 따르면 2차와 3차 파쇄 산물들을 40 mesh (425 µm)를 기준으로 입도 분급하여 블랙 매스를 생산하고 있으며(Kim and Hoon, 2022)(Fig. 12), 이러한 구성은 국내외 상용 공정에서도 유사하게 채택하고 있다.
배터리의 파쇄 공정은 배터리 재활용을 위해서 필수적인 공정이지만, 배터리의 불완전 방전으로 인한 폭발 위험성 및 유해 물질(유기물) 유출 등의 문제점을 동반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파쇄 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와 폭발 위험은 작업자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공정 자체의 운영에도 큰 위험요소가 된다. 따라서 배터리 파쇄 공정에서 화재/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파쇄 공정을 불활성 가스 분위기에서 진행하여 산소와의 반응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화재/폭발의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며, 앞서 언급한 프랑스의 Recuply社와 독일의 Duesenfeld社에서 해당 방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밀폐 공정의 특성을 활용하여 파쇄 공정에서 발생하는 전해질을 진공 증류 방법을 통해 회수하고 있다. 습식 파분쇄 공정은 파쇄 시 발생하는 열과 유해물질을 액체를 통해 흡수하여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소화액 등의 액체를 사용하여 필터링, 건조 등의 추가적인 공정이 요구되며, 슬러리 처리 과정에서 미세 입자들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Khodadadmahmoudi et al., 2023). 또한 액체 질소 또는 드라이 아이스를 사용하여 배터리를 저온으로 냉각 후 파분쇄 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Sunderlin et al., 2023; Wang et al., 2019). 이는 물질의 취성을 증가시켜 파쇄를 용이하게 만들고, 반응성이 낮아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냉각 처리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선별 공정
배터리 구성 요소 중 가장 경제적 가치가 높은 부분은 다양한 유가 금속이 포함되어 있는 양극 활물질이다. 양극 활물질은 앞서 언급한 파분쇄 공정을 통해 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이 혼합되어 있는 블랙 매스 상태로 회수될 수 있으며, 그 외의 금속 전극, 분리막 등은 부산물로 발생한다. 회수된 블랙 매스는 일반적으로 유가 금속 회수를 위한 습식 후처리 공정의 원료로 사용되며, 금속 전극 및 분리막 등은 혼합된 상태로 처리되거나 일부 선별하여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공정이 적용된다.
양극/음극 활물질 선별 방법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반적으로 블랙 매스는 습식 후처리 공정의 원료로 사용된다. 습식 후처리 공정의 목적은 양극 활물질에 함유되어 있는 Li, Ni, Co 등 유가 금속을 회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블랙 매스에 혼합되어 있는 음극 활물질인 흑연은 습식 후처리 공정의 관점에서는 불순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를 구성하는 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의 비율을 살펴보면 전체 블랙 매스 중 양극 활물질이 60~65%, 음극 활물질의 35~40% 수준이다. 즉 습식 후처리 공정에 투입되는 시료 중 약 35%는 공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물질이다. 따라서 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을 선별하여 고순도의 양극 활물질만을 습식 후처리 공정에 투입한다면, 같은 규모의 공정에서 처리량을 40%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산을 이용한 습식 후처리 후 발생하는 음극 활물질의 경우에는 구조적 손상이 심해 폐기물로 취급되거나, 일부 가탄재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음극 활물질을 습식 후처리 공정 투입 전 분리한다면, 탄소 소재로서의 추가적인 용도 개발이 가능해 공정의 경제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이에 블랙 매스 내 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을 선별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은 입자의 표면 특성 차이를 이용한 부유선별(Flotation) 방법이다. 부유선별은 시료를 물과 혼합하여 광액을 제조한 후, 소수성 표면을 갖는 입자를 부유하는 공기 방울에 부착시켜 회수하는 방법이다. 부유선별을 블랙 매스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소수성을 갖는 흑연(음극 활물질)과 높은 친수성을 갖는 금속 산화물(양극 활물질)이 혼합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자의 소수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접촉각을 측정하면 음극 활물질인 흑연은 90°이상의 높은 값과 양극 활물질인 금속 산화물은 30°이하의 낮은 측정 값을 보인다. 그러나 활물질 표면에 바인더가 잔존하는 경우에는 바인더에 의해 소수성이 유사하게 바뀌어 분리에 어려움이 존재하게 된다(Vanderbruggen et al., 2021)(Fig. 13). 따라서 부유선별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입자 표면에 존재하는 바인더를 제거하는 공정이 필수적이며, 바인더를 제거하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다양한 처리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 결과 바인더를 제거하는 공정 후 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의 분리 효율이 크게 증가하였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Zhang et al., 2020)
블랙 매스 부유선별 공정의 효율을 저하시키는 다른 원인은 블랙 매스의 입자 크기이다.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의 입도는 수µm~수십µm이며, 특히 양극 활물질은 수µm의 크기를 갖는 입자의 비율이 높다. 이렇게 미세한 크기의 입자들의 경우 입자의 표면 특성에 의해 분리가 이루어지기보다 공기 방울의 이동에 의해 같이 이동하는 entrainment 현상에 영향을 받는다. 즉 공기 방울과 함께 부유되지 않아야 할 미립의 양극 활물질들이 부유물로 회수되어 양극 활물질 입장에서는 회수율을 저하시키고, 음극 활물질의 입장에서는 순도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금속 전극 선별 방법
배터리 구성 요소 중 블랙 매스를 회수하고 남은 부산물 중 경제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요소는 구리, 알루미늄 전극이라 할 수 있다. 금속 전극은 블랙 매스 회수 공정에서 조립분으로 혼합된 상태로 회수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혼합된 상태의 구리와 알루미늄 전극의 선별은 두 금속 물질의 경제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구리와 알루미늄 전극을 경제적으로 선별하기 위해서는 두 물질의 물리적 특성 차이를 이용해야 하며, 적용 가능한 특성은 색상, 전기전도도, 밀도 등이 있다. 두 금속 물질은 색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이용한 색상 인식 후 공기를 이용하여 분리하는 광학 선별 방법이 적용되어 높은 분리 효율이 보고된 바 있으나 (Zhong et al., 2019), 효과적인 공정 운영을 위해서는 전극 표면에 잔존하는 블랙 매스 등을 제거하는 공정이 필수적이다. 전기전도도를 이용하는 선별법은 구리와 알루미늄 전극의 분리 운동 궤적의 차이를 이용하는 방법(Silveira et al., 2017)으로 LFP 배터리를 대상으로 분리 궤적 시뮬레이션과 분리 실험을 수행한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Bi et al., 2019)(Fig. 14(a)). 마지막으로 밀도를 이용한 분리 방법은 높은 밀도를 갖는 구리(약 8.96 g/cm3)와 상대적으로 낮은 밀도를 갖는 알루미늄(약 2.70 g/cm3)의 차이를 이용한 방법으로, 유체 내에서 밀도가 다른 두 물질은 서로 다른 거동을 보이기 때문에 높은 밀도 차이를 이용하여 분리할 수 있다(Jambal et al., 2017) (Fig. 14(b)). 그러나 밀도에 의한 선별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입자의 크기와 형상 등에 대한 추가적인 조절이 필요하다.
맺음말
탄소 중립 시대 전환 과정에서 배터리 산업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배터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배터리 원료로 사용되는 주요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배터리 제조 소재의 대부분을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더욱 그러하다. 중국에 한정된 핵심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해외 자원 개발, 핵심 소재 자체 생산,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등이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사용 후 배터리의 재활용은 급격한 발생량 증가가 예상되는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를 넘어서 국가 발전을 위한 중요한 자원 확보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을 위해 많은 연구가 투자가 진행되고 있으나, 그 중 전처리 관련 기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는 배터리 해체 공정은 안전성 확보와 효율 향상을 위해 다양한 배터리에 대응할 수 있는 자동화 기술 개발이 필요하며, 유기물 처리 공정은 유해 물질 배출 억제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회수, 나아가 재활용/재사용까지의 기술 발전이 요구되고 있다. 파분쇄 공정은 서로 판이하게 다른 물질들이 결합되어 있는 배터리의 특성에 맞춰 단순한 입도 감소 보다는 각 구성 요소, 특히 활물질을 효과적으로 탈착시켜 분리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파분쇄 공정에서 발생하는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용되는 다양한 방법들의 장단점을 적절히 조합하여 최적의 공정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식의 접근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며, 재활용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별 공정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경제성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중요한 공정으로 판단된다. 효과적인 선별 기술의 확보는 사용 후 배터리 전체의 재활용률과 선별된 소재들의 부가가치 향상을 의미한다. 양극/음극 활물질 선별은 후처리 공정 전체의 효율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음극 활물질은 다양한 분야의 원료 소재로의 사용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선별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선별되는 물질들의 순도와 회수율 향상이 필수적이다.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은 현재 생산되는 배터리 소재 및 특성을 반영하는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추가적으로 향후 배터리의 발전 방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주요 핵심 소재들의 예상 변화를 살펴보면, 양극 활물질의 경우 현재 LFP 소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표면 탄소 코팅, 망간(Mn) 원소를 추가한 LMFP 등이 개발되고 있으며, 현재의 다결정 양극재를 단결정 양극재로 제조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음극 활물질의 경우 이미 흑연에 실리콘을 일부 혼합한 음극재가 사용되고 있다. 전해액의 경우에는 성능과 안정성에서 모두 큰 개선이 예상되는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을 위해 액체 전해액에서 고체 전해액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극 소재의 경우에도 금속 호일의 두께가 점차 얇아지고 있으며, 다른 소재와 혼합한 복합 소재가 사용되는 등의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변화하는 배터리의 구조 및 소재에 맞춰 연구와 기술 발전이 이루어져야 관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