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선행연구
베트남 지질·광물법 개정의 주요 내용 비교
54/2024/QH15의 주요 특징
147/2025/QH15의 주요 특징
베트남 지질·광물법(54/2024/QH15) 조기 개정의 배경과 의미
54/2024/QH15의 제도적 한계와 조기 개정의 배경
부처 시행규칙에서 법률 체계로의 규범 위계 상향
해외 유사 입법례와의 비교
결론 및 시사점
서 론
최근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첨단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리튬, 니켈, 텅스텐 등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의 전략적 중요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재생 에너지 산업의 확대는 핵심광물 수요를 급증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 확보가 주요 국가들의 핵심 정책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공급망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희토류 및 핵심광물 수출통제 강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시행, 우방국 또는 정치적 신뢰관계가 형성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friend-shoring 전략(Vivoda, 2023) 등은 핵심광물을 단순한 산업원료를 넘어 국가안보 및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핵심광물 정책이 경제·산업정책의 경계를 넘어 국가안보 거버넌스 영역으로 확대되는 이른바 핵심광물의 국가전략 자산화의 양상을 반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베트남은 희토류와 텅스텐 등 주요 광물자원 보유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USGS, 2025). 베트남은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 350만 톤(세계 6위 수준)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USGS, 2025), 라이쩌우의 동파오·남세, 옌바이의 옌푸, 라오까이의 뭉훔 광산 등이 주요 광상으로 알려져 있다(Prime Minister of Vietnam, 2023).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베트남은 중국 대체 희토류 공급원으로서의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핵심광물 협력의 주요 대상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베트남 정부 역시 광물산업의 국가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편하면서 광물자원 법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의 광업 관련 법체계는 도이머이(Doi Moi, 1986년 베트남이 추진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전환 개혁) 이후 외국인투자 확대와 광물산업 성장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1996년 현대적 「광물법」이 처음 제정된 이후, 2005년 개정을 거쳤으며, 2010년에는 이를 전면 대체하는 「광물법(60/2010/QH12)」(National Assembly of Vietnam, 2010)이 제정되었다. 동 법은 광물 탐사/채굴 허가 체계를 정비하고 광업권 경매제도를 도입하였으며 환경규제를 강화함으로써 현재 베트남 광업제도의 기본 틀을 형성하였다.
이후 베트남 정부는 기존 광물법 체계를 전면 개편하여 2024년 「지질·광물법1)(54/2024/QH15)」을 제정하였다. 동 법은 지질과 광물을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법체계를 도입하고 전략·중요 광물에2) 대한 국가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2025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시행 후 불과 5개월 만인 2025년 말 「지질·광물법 개정법(147/2025/QH15)」를 제정하여 「지질·광물법(54/2024/QH15)」을 개정하였다. 핵심광물에 대한 국가통제 강화의 흐름 속에서 각국의 광업법 개정이 세계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광업 관련 기본법은 장기간의 제도 검토와 정책조정을 거쳐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률 시행 후 단기간 내 개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 강화의 흐름 속에서도, 중국의 희토류관리 조례나 인도네시아 니켈 원광수출 금지 장관령과 달리 법률 개정을 통한 베트남의 대응은 차별성을 가진다.
개정법은 희토류를 기존 법체계와 구분되는 “특별 전략광물(special strategic minerals, khoáng sản chiến lược đặc biệt)”로 명문화하고, 신설된 제VIIa장을 통해 원광 희토류 수출금지, 총리 승인 기반 허가체계, 국가 희토류 전략 수립 의무화 등을 법률 수준에서 직접 규정하였다. 기존에 부처 시행규칙 등 하위 행정규정 수준에서3) 운영되던 희토류 가공·수출 관련 정책이 법률 체계로 상향된 것은 단순한 제도 보완을 넘어서는 변화로, 핵심광물에 대한 국가통제 강화라는 국제적 흐름과 함께 이해할 수 있다.
본 연구는 54/2024/QH15와 147/2025/QH15의 조문 비교를 중심으로 베트남 「지질·광물법」의 조기 개정 배경과 주요 변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희토류 관련 조항의 변화, 행정규정에서 법률체계로의 제도적 전환, 국가관리 체계의 강화 과정을 검토함으로써 최근 베트남 전략광물 정책의 방향성과 특징을 고찰하고자 한다. 아울러 이러한 법·제도 변화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및 한국의 자원개발 전략에 가지는 시사점을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선행연구
베트남 지질·광물 법제도 변화를 다룬 학술 연구는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Hoai(2025)는 2024년 「지질·광물법(54/2024/QH15)」(National Assembly of Vietnam, 2024)이 지질과 광물의 통합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2010년 「광물법」에 비해 전략·중요 광물에 대한 국가관리 수준을 실질적으로 강화하였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이 분석은 54/2024/QH15의 제도적 특징 소개에 집중되어 있으며, 시행 후 5개월 만에 이루어진 147/2025/QH15 개정의 배경과 정책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핵심광물 공급망의 안보화와 자원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 현상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론적 관점에서 Buzan et al.(1998)은 안보화를 특정 사안을 실존적 위협으로 구성함으로써 일반적인 정치적 논의나 절차를 넘어서는 긴급하고 예외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핵심광물 공급망의 취약성이 경제적 위험을 넘어 국가안보 문제로 전환되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자원·에너지 분야의 기존 연구들은 안보화 이론을 직접 적용하기 보다는 공급안보, 공급망 회복력 및 지정학적 위험의 관점에서 관련 현상을 분석해 왔다(Mancheri et al., 2019; Vivoda, 2023).
실증적 측면에서 Mancheri(2015)는 글로벌 희토류 무역에서 중국의 지배적 위치와 수출쿼터, 수출세 등 수출통제 정책 및 그 영향을 분석하였다. Mancheri et al.(2019)은 공급망 회복력(resilience) 프레임워크를 적용하여 중국의 희토류 정책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수출규제와 산업 통합이 공급망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반면 공급 다변화와 WTO 등 국제규범이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함을 보였다. Xu et al.(2024)는 1990년 이후 261건의 자원민족주의 사례 분석을 통해 광물 가격 상승이 자원민족주의 정책을 촉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실증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글로벌 희토류 수요 확대 국면에서 베트남이 자원통제와 국내 가공 생태계 확보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현상을 자원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편 Vivoda(2023)는 우방국 중심 공급망 재편 개념을 도입하여 미국 주도의 광물안보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MSP)을 사례로 분석하면서, 우방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서방의 중국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으나 대체 공급망 구축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의 균형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논하였다. Vivoda et al.(2024)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MSP와 BRICS 확대체제의 경쟁을 중심으로, 국제무역 질서가 지정학적 무역블록으로 분절ㆍ재편되는 양상을 분석하였다. 두 연구를 종합하면 핵심광물 공급망 정책의 중심이 전통적인 비용효율성과 비교우위에서 공급안보, 전략적 자율성, 국가안보 및 지정학적 영향력 확보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흐름은 주요국의 실제 법·제도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은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DPA)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EU는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Regulation (EU) 2024/1252)을 통해(European Commission, 2024), 중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 수출통제 강화를 통해(State Council of China, 2024; MOFCOM, 2025a, 2025b) 각각 핵심광물 거버넌스를 경제·산업 영역에서 안보·전략 영역으로 격상시키고 있으며, 이는 안보화 이론 및 자원민족주의 프레임이 분석해 온 현상의 정책적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베트남 147/2025/QH15의 희토류 법제화가 갖는 배경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이론적 맥락을 제공한다. 안보화 이론(Buzan et al., 1998)과 자원민족주의 프레임(Xu et al., 2024)은 핵심광물에 대한 국가통제 강화라는 국제적 흐름을 설명하는 대표적 관점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을 참고적 해석 틀로 활용하되, 분석의 중심은 54/2024/QH15와 147/2025/QH15의 조문 비교를 통한 제도 변화의 체계적 정리에 둔다.
베트남 지질·광물법 개정의 주요 내용 비교4)
54/2024/QH15의 주요 특징
베트남은 2024년 「지질·광물법(54/2024/QH15)」을 제정하여 「광물법(60/2010/QH12)」 체계를 개편하였다. 54/2024/QH15는 기존 법체계를 계승하면서도 지질과 광물을 하나의 법체계로 통합하고 전략·중요 광물에 대한 국가관리 기능을 확대·정비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010년 「광물법」이 광업권과 광업활동 관리 중심의 체계였다면, 54/2024/QH15는 지질조사, 광물탐사, 광업개발 및 광물자원 보호를 연계한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였다(제1조 “적용범위(Scope)”). 또한 54/2024/QH15는 지질(geology), 지질자원(geological resources), 지오사이트(geosite), 지질유산(geological heritage), 지질공원(geopark), 지질사고(geological accident) 등 2010년 법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들을 도입함으로써 법적 관리 대상을 광물에서 지질자원 전반으로 확대하였으며, 이러한 개념들은 제2조(정의)에서 규정하고 있다.
제3조는 정부의 지질·광물 정책 방향을 규정하고 있다. 제3조 제1항은 지질·광물 전략 및 계획을 수립하여 지질·광물자원을 합리적·경제적·효율적으로 보호·개발·이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발전과 국방·안보에 기여하고, 순환경제 및 녹색경제를 촉진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3조 제3항은 정부가 전략·중요 광물 및 고수요·고부가가치 광물의 탐사·개발에 직접 투자하고, 전략·중요 광물 지역에 대해서는 광업권 경매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으며, 정부간 협정에 따라 탐사·개발을 허용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3항 “전략·중요 광물에 대한 정부 정책”).5)
제4조는 광업활동의 핵심 원칙을 규정함으로써 광물관리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동조 제2항 a호는 광업활동 시 환경·자연경관·역사문화유산 및 자연자원 보호 요건을 준수하고 국방·안보 및 사회질서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항 d호는 광물개발 투자 결정 시 사회경제적 효과와 환경보호를 우선적 기준으로 삼고, 선진 채굴기술을 적용하여 광물 회수율을 극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동항 dd호는 적법하게 광물탐사를 수행 중인 기업 및 개인에 대해 광업권 경매 참여 없이 심층탐사 및 확장 탐사에서 우선권을 부여함으로써 광체의 충분한 평가와 통합적 관리를 도모하고 있다(제4조 제2항 a호, d호, dd호).
제6조는 광물을 용도와 관리 목적에 따라 그룹 I부터 그룹 IV까지 분류하는 새로운 분류체계를 도입하였다. 그룹 I은 금속광물, 에너지광물, 귀금속·준귀금속, 산업광물로 구성되며, 그룹 II는 시멘트·타일·건설유리·장식석재 등 건설 분야 원료 광물, 그룹 III은 일반건설자재, 광물성 진흙, 천연광천수, 지열수 등으로 구성되고, 그룹 IV는 매립재, 구조물 기초재, 자연재해 예방 및 대응용 자재 등 광물로 구성된다(제6조 제1항 “광물 분류(Mineral classification)”). 이 분류체계는 허가 권한, 광업권 경매 여부, 환경영향평가 요건 등을 그룹별로 차별 적용하는 제도적 기반이 된다.
동 법은 전략·중요 광물에 대한 국가관리 기능도 강화하였다. 제2조 제16항은 전략·중요 광물을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발전과 국방·안보 강화에 필수적인 광물”로 정의하고 있으며(제2조 제16항 “전략·중요 광물의 정의”), 전략·중요 광물은 제49조 제1항 a호 등에 따라 제6조의 분류체계상 그룹 I에 포함됨을 알 수 있다.6)
광업권 경매 미실시와 관련하여, 2010년 법 제78조에서도 규정된 바 있으나, 동 조항은 경매 미실시 기준을 정부령에 위임하는 방식에 그친 반면 54/2024/QH15 제100조 제2항은 에너지 안보 유지, 국방·안보, 전략·중요 광물의 효율적 이용, 국가중요사업·긴급사업·국가 목표 프로그램 관련 사업 등을 경매 미실시 사유로 법률 수준에서 직접 명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입법적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54/2024/QH15는 2010년법에 존재하지 않았던 제도들을 새롭게 도입하였다. 제75조, 76조는 건설공사 시행 중 발견된 광물, 준설공사 시 부산물로 발생하는 광물 등을 체계적으로 회수·관리하는 광물회수(mineral recovery) 제도를 신설하였으며, 이는 자원 낭비 방지와 순환경제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제86조, 88조는 하천·호수·해역 모래·자갈의 탐사·채굴·회수에 관한 별도 원칙을 규정하는 장(제8장)를 신설하였으며, GPS 위치추적장치 설치 의무(제88조 제2항 b호) 등 구체적 관리 수단을 법률 수준에서 명시하였다. 또한 제89조~제94조는 지질·광물 데이터베이스 구축, 디지털 인프라, 정보 접근·제공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규율하는 지질·광물 정보·데이터 관리체계(제9장)를 신설함으로써 광물행정의 디지털 전환을 법제화하였다.
결과적으로 54/2024/QH15는 기존 광물법 체계를 통합·정비하고 전략·중요 광물에 대한 국가관리 기반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제도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희토류와 같은 특정 전략광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일반적인 전략광물 관리체계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며, 이후147/2025/QH15 개정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관리체계가 추가적으로 정비되었다고 볼 수 있다.
147/2025/QH15의 주요 특징
베트남 법률 제147/2025/QH15호는 2024년 제정된 「지질·광물법(Law on Geology and Minerals, 54/2024/QH15)」의 일부 조항을 개정·보완한 법률로, 2025년 12월 11일 베트남 국회에서 통과되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형식적으로는 일부 조항의 수정·보완 법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희토류와 전략·중요 광물에 대한 국가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구체화하고 강화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주요 개정 내용은 Table 1에 정리된 바와 같으며, 이하에서는 신설 조문을 중심으로 핵심 변화를 검토한다.
개정법의 가장 큰 특징은 희토류를 제1그룹 광물 중 특별 규정에 따른 관리 대상이 되도록 제도화하였다는 점이다. 147/2025/QH15는 기존 「지질·광물법」제3조 “지질·광물에 관한 정부 정책”에 제9항을 추가하여 희토류의 조사·평가·탐사 및 개발은 제1그룹 광물 규정과 함께 새로 신설된 제VIIa장의 적용을 받도록 규정하였다. 제VIIa장은 희토류에 대해 제1그룹 광물의 일반적인 관리에 더하여 총리 사전승인, 원광 수출금지, 지정기업 개발 등 별도의 가중 요건을 신설함으로써 관리의 강도를 크게 높였다.
Table 1.
Key Amendments to Rare Earth Governance Introduced by Law No. 147/2025/QH15
신설된 제VIIa장은 희토류의 조사·평가·탐사·개발·가공·활용에 관한 제85a조부터 제85d조까지 총 4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조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85a조(희토류에 관한 정부의 일반 정책)는 희토류를 “특별 전략광물(special strategic minerals/khoáng sản chiến lược đặc biệt)”로 규정하고,7) 국가 전략 및 계획 체계와 연계하여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항). 특히 제3항은 세 가지 핵심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첫째, 희토류의 탐사·개발·가공 및 활용 활동에 대해 엄격한 국가관리 체계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미가공 희토류 원광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셋째, 희토류 심층가공(deep processing)8)이 현대적 산업생태계의 발전과 국내 가치사슬의 개선과 연계되어야 하며, 국가 희토류 전략 이행의 자립성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 조문은 희토류 관련 활동을 지정 또는 허가된 기업만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광물법(60/2010/QH12)」 및 「지질·광물법(54/2024/QH15)」에서는 희토류 원광의 수출금지를 직접 규정한 조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희토류 수출관리는 산업무역부(Ministry of Industry and Trade)의 하위 행정규정을 통해 운영되고 있었으며, 반면 147/2025/QH15는 제85a조 제3항에서 원광 희토류의 수출금지를 법률 수준에서 직접 규정함으로써, 기존 행정규정 수준의 수출통제를 법률 체계로 상향·제도화하였다.
제85b조(희토류 계획 및 국가 희토류 전략)는 희토류 관리체계를 국가 계획 및 전략체계와 직접 연계하고 있다. 동 조문 제1항은 희토류 계획을 제1그룹 광물 계획체계 안에서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9) 제2항은 농업환경부(Ministry of Agriculture and Environment)10)가 관계 부처 및 지방 인민위원회와 협력하여 국가 희토류 전략을 수립하고 총리 승인을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법률에도 광물자원 계획 및 국가관리 체계는 존재하였으나, 희토류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전략 및 계획체계를 직접 규정한 사례는 없었다.11)
제85c조(희토류 보전구역)는 희토류 보전구역을 “희토류 광물이 매장되어 있으나 아직 채굴되지 않은 구역으로서, 지질조사 및 탐사 결과에 근거하여 확정·보호되어야 하는 구역”으로 정의하고(제1항), 세부 사항을 정부에 위임하고 있다(제2항). 이러한 위임에 따라 실무적으로는 농업환경부가 보전구역의 경계 확정과 관리를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 조문은 희토류 매장지를 개발 이전 단계에서 국가가 선제적으로 확인·보호하는 관리권을 명문화함으로써, 국가가 개발 시기와 방식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제85d조(희토류 탐사 및 개발)는 희토류 탐사 및 개발에 대한 별도의 허가체계를 규정하고 있다. 제2항 및 제3항은 희토류 탐사 및 개발 허가가 농업환경부 장관(Minister of Agriculture and Environment)에 의해 발급되되, 사전에 총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존 「광물법(60/2010/QH12)」 및 「지질·광물법(54/2024/QH15)」에서는 특정 광물에 대해 총리 승인을 법률상 직접 요구하는 구조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는 희토류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리 및 감독 기능이 실질적으로 강화된 허가체계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147/2025/QH15는 제108조 개정을 통해 광물 허가권의 분배 구조를 명확히 이원화하였다. 농업환경부 장관은 제1그룹 광물 및 성(省) 행정경계 외측 해상구역의 탐사·개발 허가권을 보유하며, 성 인민위원장은 제2·3·4그룹 광물 및 성 관할 구역 내 제1그룹 광물 중 소규모 분산 매장지에 대한 허가권을 행사한다. 희토류의 경우 이에 더하여 사전 총리 승인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총리 승인 → 장관 발급으로 이어지는 중앙집권적 2단계 허가 구조가 적용된다. 이는 희토류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를 여타 광물과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한다.
종합하면, 147/2025/QH15는 희토류를 조사·평가·탐사·개발·가공에 이르는 전 단계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리체계 안에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별도의 장(제VIIa장) 신설 및 총리 승인을 요하는 중앙집권적 허가체계 구축, 그리고 원광 수출금지의 법률 수준 명문화를 통해 희토류를 일반 광물자원 및 기존 전략·중요 광물과 구별되는 특별전략광물로 제도화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베트남 지질·광물법(54/2024/QH15) 조기 개정의 배경과 의미
54/2024/QH15의 제도적 한계와 조기 개정의 배경
147/2025/QH15의 조기 개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54/2024/QH15가 내포하고 있던 제도적 한계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54/2024/QH15는 광물을 그룹 I~IV로 분류하고 전략·중요 광물에 대한 국가관리 기반을 확대하였으나, 희토류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 체계를 두지 않았다. 희토류는 그룹 I 광물의 일반 체계 안에 포함되었으며, 수출통제·가공 기준 등 핵심 정책은 여전히 산업무역부 시행규칙(Thông tư) 수준에서 운영되었다. 베트남 법령 위계상 최하위에 위치하는 시행규칙 중심의 관리체계는 상위 법률의 명시적 근거 없이 부처 단위의 행정규정만으로 국가 전략광물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과 구속력 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주요국의 희토류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고 베트남이 핵심광물 협력의 주요 대상국으로 부상하면서, 기존 하위 행정규정 중심의 관리체계를 법률 수준으로 격상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147/2025/QH15의 조기 개정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희토류를 일반 광물관리 체계와 구별되는 전략자원으로 명문화하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부처 시행규칙에서 법률 체계로의 규범 위계 상향
베트남의 희토류는 인허가의 기본 틀에서는 일반 광물과 동일하게 취급되었으나 계획, 수출관리의 기본 틀은 일반 광업법 및 총리결정 등 상대적으로 상위의 규범에 근거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수출 가능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인 희토류 총산화물(Total Rare Earth Oxide, TREO) 품질기준은 산업무역부가 제정한 부처 시행규칙(Thông tư 23/2021/TT-BCT, 2023년 Thông tư 45/2023/TT-BCT로 개정)에서만 규정되어 있었다. 이 부처 시행규칙은 TREO 95% 이상을 수출 허용 기준으로 구체화하였다. 그러나 부처 시행규칙은 베트남의 규범 위계상 최하위 단계에 속하므로, 실무적으로 가장 민감한 수출 판단 기준이 이처럼 낮은 단계의 규범에만 맡겨져 있었다는 점은 전략광물 관리정책의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다. 상위 규범인 법률의 명시적 근거 없이 개별 부처의 시행규칙만으로 국가 전략광물의 수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정책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구속력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147/2025/QH15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이러한 행정규정 중심의 희토류 관리정책을 법률 수준으로 상향·제도화하였다는 점이다. 본 연구 3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정법은 원광 희토류(raw rare earth) 수출금지와 총리 승인 기반 허가 체계를 법률 수준에서 직접 규정하였다. 이는 기존 행정규정 중심의 관리체계가 가졌던 법적 안정성과 통합적 관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또한 개정법은 희토류 심층가공, 국내 가치사슬, 산업생태계와의 연계를 법률 수준에서 규정함으로써 희토류 정책의 중심을 단순 광물개발이나 원료 수출이 아니라 국내 가공산업 육성과 산업경쟁력 강화 방향으로 확대하였다.
결과적으로 147/2025/QH15를 통한 법률화는 희토류 관리체계에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 정책의 법적 안정성이 강화되었다. 수출통제, 심층 가공 원칙, 허가 체계 등이 법률로 명문화됨으로써 정책 변경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높아졌다. 둘째, 중앙정부의 관리 권한이 강화되었다. 총리 사전 승인이 법률상 필수 요건으로 추가되어 중앙정부의 관리체계가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셋째, 희토류 정책이 산업정책·공급망 전략과 통합되었다. 법률 수준의 명문화는 희토류 관리가 단순 광업 행정의 영역을 넘어 국가 산업전략의 핵심 요소로 편입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법률화는 베트남과의 희토류 협력 구조에도 직접적인 의미를 가진다. 원광 수출금지와 심층가공 의무가 법률 수준에서 규정됨에 따라, 광업투자나 원료 공급계약 중심의 기존 접근방식은 제도적 제약에 직면하게 되며, 가공기술 협력과 국내 가치사슬 참여가 실질적인 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 유사 입법례와의 비교
베트남의 147/2025/QH15 개정은 핵심광물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하는 국제적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원 보유국이 전략광물에 대한 국가 개입과 법제화를 확대하는 경향은 자원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 Xu et al., 2024)로, 그리고 이를 경제정책에서 안보 이슈로 전환하는 과정은 안보화(securitization, Buzan et al., 1998)로 각각 설명되어 왔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을 참고하되, 베트남 사례를 유사 입법례와 직접 비교함으로써 그 특징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자원보유국이 전략광물에 대한 국가 주권적 권한을 강화하는 경향은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수출금지(2020년), 칠레의 리튬 국가유보(1979년 이래) 및 국가리튬전략(2023년),12) 중국의 희토류관리조례(2024년) 등에서 이미 관찰된 바 있다. 이들 사례와 베트남의 147/2025/QH15를 규범적 근거 수준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Table 2와 같다.
Table 2.
Comparison of Critical Mineral Control Measures by Country
이 비교에서 드러나는 베트남 사례의 특징은 두 가지이다. 첫째, 베트남은 비교 대상 4개국 가운데 최근의 정책 대응 자체를 국회 입법을 통해 법률로 제도화하였다. 인도네시아는 장관령, 중국은 국무원 행정법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칠레는 1979년 decree-law로 리튬을 국가에 유보해 두었을 뿐 2023년의 실제 대응은 그 지위를 바꾸지 않는 정책문서에 그쳤다. 둘째, 그 개정이 원법 시행 후 불과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이루어졌다. 희토류를 “특별전략광물”로 법률에 명문화하고(제85a조 제1항), 국가 지정·허가 기업으로 접근을 제한하며(제85a조 제3항), 총리 승인을 필수 요건으로 하는 허가체계를 도입한 것(제85d조 제2·3항)은, 희토류 관리를 일반 광물 행정에서 분리하여 국가가 전략적으로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재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2024년 전면 개편된 베트남 「지질·광물법(54/2024/QH15)」이 시행 후 비교적 짧은 기간 내 「지질·광물법 일부 개정법(147/2025/QH15)」으로 다시 개정된 배경과 의미를 분석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54/2024/QH15와 147/2025/QH15의 조문 비교를 중심으로 희토류 관련 제도 변화와 전략광물 거버넌스의 구조적 전환 과정을 검토하였다.
분석 결과, 147/2025/QH15의 핵심 특징은 희토류를 기존 전략·중요 광물(strategic and important minerals) 체계 안에서 보다 특화된 관리체계의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였다는 점이다. 개정법은 제VIIa장을 신설하여 희토류 조사·평가·탐사·개발을 아우르는 별도의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가공·활용에 관한 기본 원칙을 명문화하였으며, 국가 희토류 전략 및 계획체계를 도입하였다. 또한 총리 승인 기반의 허가체계, 희토류 원광의 수출금지, 심층가공 및 국내 가치사슬 관련 규정을 도입함으로써 희토류 관리에 대한 국가의 개입 및 관리 기능을 강화하였다.
특히 기존 희토류 수출 및 가공관리 정책이 산업무역부 시행규칙(Thông tư)과 같은 하위 행정규정 수준에서 운영되었던 것과 달리, 147/2025/QH15는 희토류 원광 수출금지 및 국가관리 원칙을 법률 수준에서 직접 규정하였다. 이는 희토류 정책이 단순 산업정책이나 품질관리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 및 공급망 차원의 법제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147/2025/QH15는 단순한 광업법 개정이라기보다 희토류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본 연구는 147/2025/QH15의 조문을 54/2024/QH15와 체계적으로 비교함으로써 베트남 희토류 법제도의 구조적 전환 과정을 명확히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자료적·정책적 가치를 가진다. 이러한 법률 변화는 안보화(securitization, Buzan et al., 1998)나 자원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 Xu et al., 2024) 이론이 다루어 온 국가통제 강화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참고할 수 있다. 다만 147/2025/QH15의 실제 적용 결과는 향후 시행령 및 정부 세부 규정의 제정 과정을 통해 추가적으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베트남의 147/2025/QH15 개정은 희토류 협력의 핵심 조건이 원료 접근에서 가공·기술협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모든 핵심광물 수요국에 시사한다. 가공 의무 및 국내 가치사슬 연계를 법률 수준에서 명문화함으로써, 이 법은 광업투자·공급계약·자원외교 등 기존의 원료 접근 중심 접근방식이 제도적으로 제약받게 됨을 보여준다. 가공·정제 기술협력, 국내 가치사슬 개발 참여, 하류 산업생태계 공동 참여 등이 베트남과의 실질적인 희토류 공급망 파트너십을 위한 실질적 진입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EU, 미국 등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모든 수요국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술협력 중심의 참여 방식은 베트남의 정책 방향과 구조적으로 일치하는 반면, 원료조달 중심의 접근방식은 점점 커지는 제도적 제약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 147/2025/QH15가 도입한 총리 승인 기반 허가제도와 지정기업 제한은 베트남 희토류 분야 협력 구조에 새로운 제도적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 희토류에 특화된 관리 체계가 없었던 기존 법률과 달리, 개정법은 희토류 관련 활동을 국가 지정·허가 기업으로 제한하고 모든 주요 허가에 총리 승인을 요구한다. 따라서 베트남 희토류 분야 협력이 민간기업 간 계약 수준을 넘어 베트남의 국가전략 및 계획 체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대(對)베트남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에서 정부 간(G2G) 채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의미하며, 기존 양자 핵심광물 협력 논의가 이 새로운 법제 환경에서 실질적 협력의 제도적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본 연구는 희토류 관리를 목적으로 한 법제화가 시행규칙(Thông tư) 수준에서 법률의 별도 장(제VIIa장)으로, 부처 재량에서 총리 승인으로, 일반 광물 분류에서 ‘특별전략광물’이라는 법적 지위로 전환되는 구체적 과정을 조문 근거와 함께 제시하였다. 이는 자원보유국의 핵심광물 국가통제 강화 흐름에 베트남 사례를 위치시키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거버넌스가 수요측 정책뿐 아니라 공급측 법제화에 의해서도 영향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